프랜차이즈 사업 실패학... 프랜차이즈 기업 몰락의 5단계

중소기업팀 2024. 1. 1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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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프랜차이즈M&A거래소 대표 칼럼

프랜차이즈업에 20년 이상 종사해오면서 이런 의문을 가졌다. '한때 잘 나가던 가맹본사들이 왜 몰락했을까?' 필자는 그동안 프랜차이즈 시장에서의 이론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기업의 몰락을 5단계로 나누어 정리해본다.

사진제공=프랜차이즈M&A거래소

1. 성공에서 비롯된 자만 단계
매장이 100개 정도 되는 어느 시점에서 프랜차이즈 기업은 성공에 도취되기 마련이다. 이때부터 체인본사는 점점 퇴보의 길로 접어든다. 성공에 있어 그들의 전략도 주효했겠지만 마케팅 또는 운이나 호의적인 환경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법. 오히려 성공하는 리더들은 성공 시점에서 '내가 혹시 운이 좋아서 잘된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본사의 성공을 스스로 과소평가 한다고 손해 날 일은 없다. 오히려 그 반대. 스스로 성과를 과소평가 했다면 그 기업은 계속 추진력을 얻기 위해 노력할 터. 허나 정말 운이 좋아 지금껏 성장세를 유지해온 기업이라면 이런 거만한 태도가 바로 몰락으로의 입문을 의미한다.

2. 원칙 없는 가맹점 확장 단계
일시적 성공궤도의 프랜차이즈 기업은 더 많은 매출을 내고 싶고, 더 많은 매장을 내고 싶고, 더 인정받고 싶다. 게다가 몰락의 1단계를 넘은 기업은 이미 성공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때문에 몰락의 2단계에 접어든 기업은 원칙 없는 가맹점 확장을 추진한다. 과거에 단 한 번도 기업이 몰두하지 않았던 분야, 경쟁상대보다 비교우위가 전혀 없는 외식업 판매업 서비스업 분야에 과도한 투자를 한다. 자사의 자원이나 성장동력과는 무관한 분야로 준비 없이 허겁지겁 진출하기도 한다. 물론 기업에게 도전과 모험 정신은 중요하다. 그러나 자사의 핵심역량을 무시한 채 모험을 즐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3. 위험 무시 단계
3단계에 접어든 기업은 내부에서 서서히 위험신호가 온다. 반면 외부에서 볼 때는 여전히 건재해 보인다. 다소 실적이 부진하다 해도 '일시적인 것'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평가하기 쉽다. 이 무렵 리더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고객의 불만 사항 등 부정적인 데이터를 봐도 그 경고를 과소평가 한다. 대신 긍정적인 데이터나 결과에만 관심을 보이고 집중한다. 이쯤 되면 높은 성과를 내며 왕성하게 활동했던 기업 내 드림팀은 서서히 해체되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4. 지푸라기라도 잡는 단계
4단계에 들어서면 기업이 흔들리는 모습이 비로소 불친절, 매장 철수 등 겉에서도 드러나게 된다. 이쯤 되면 3단계에서 감수했던 위험의 결과가 나타나는 단계. 이때 리더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위기를 느낀 리더는 허둥지둥 만병통치약을 찾게 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검증되지 않은 전략, 급진적인 개혁, 혁신적인 제품, 기업문화의 변화 등을 꾀한다. 이런 시도는 처음에는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기업이든 사람이든 곤경에 빠졌다고 생각했을 때 본능적으로 허둥댄다. 물에 빠졌을 때도 가만히 있으면 뜨게 마련. 하지만 공포에 질려 허우적거리다 보면 점점 더 깊이 빠진다. 마찬가지로 프랜차이즈 기업은 이때 차분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도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해야 한다. 불안감에 싸여 있다 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 마라. 냉정하게 무엇을 하면 안 될지를 따질 때다.

5.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단계
5단계에 들어선 프랜차이즈 기업은 여러 차례 급여가 밀리는 등 재무상황이 악화되면서 기업의 리더들은 회생 의지를 잃는다. 어떤 CEO들은 기업을 M&A(인수합병) 매각해 버린다. 어떤 기업은 업계에서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한다. 극단적인 경우 기업의 수명이 다한다. 그러나 현존하는 세계적 석학이자 경영학의 구루인 짐 콜린스는 비록 5단계에 접어든 기업이라 할지라도 회생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최대의 백화점 프랜차이즈 유통기업인 노드스트롬이다. 뛰어난 고객서비스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소매회사로서 명성을 누렸으나 1990년대 꾸준히 하향세를 그리다가 2000년 큰 폭의 매출 감소를 겪는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창업가문의 4세대인 블레이크 노드스트롬이 이 회사를 맡아 처음으로 명성을 가져다준 성공의 고객서비스, 판매직원의 전문화에 다시 초점을 두고 모든 사업부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개선하면서 힘차게 회복했다. 이로써 3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했고, 파산 직전의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ERP 및 R&D 투자 비율은 늘렸다. 결국 2006년 다시 노드스트롬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건전한 재무제표를 자랑하게 됐다. 노드스트롬 뿐만이 아니다. 월마트, 맥도널드, 스타벅스, 디즈니랜드, 나이키 등도 최소 한 번 이상 몰락 위기를 경험했으며 ERP 구축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위기에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진정한 1등 기업은 어려움이 없는 기업이 아니다. 몰락에 대처하는 방법도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단순한 구호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 기업들은 그야말로 자멸할 정도로 ERP 구축을 세부적이며 지속적으로 실행 및 변화시켜나갔다. 위 소개한 큰 기업들을 보면서 우린 아직 소규모 프랜차이즈 기업이니 대기업이 된 후 ERP를 구축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위 기업들은 소기업일 때부터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모아 매뉴얼로 정리했고 이를 시스템화해 ERP를 구축해나갔기 때문에 큰 기업이 된 것이지 큰 기업이 되어서 구축한 기업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23년 경력의 프랜차이즈 이론과 실무 전문가이다. 평택대, 중앙대, 연세대, 매일경제 등에서 CEO를 대상으로 프랜차이즈 창업과 경영 이론과 실무를 강의해왔고, 현재 프랜차이즈M&A거래소와 헤지호그 자산운용사를 운영하면서 가맹본사를 대상으로 투자유치 및 M&A, 경영컨설팅 등 프랜차이즈 사업 전반에 관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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