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리창, 다보스 방문... 국빈 뺨치는 일정에 美 긴장
스위스 휴양 도시 다보스에서 지난 15일 시작된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 포럼)에 중국이 리창 총리를 앞세운 대규모 대표단을 보내자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 15일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가 입수한 미 국무부 문서에 따르면 중국 대표단에는 최소 10명의 경제·외교 분야 부장(장관)급이 포함됐고 수도 베른과 다보스에서의 일정은 ‘준(準)국빈 방문’을 방불케 했다. 지난해 5월 개최된 다보스포럼에 참가한 중국 최고위직이 셰전화 기후변화 특사였고 당시 정상급 회동이 거의 없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외신들은 중국 지도부가 자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다보스포럼을 무대로 삼았다고 분석한다. 1971년 출범한 다보스포럼은 세계가 직면한 각종 현안을 토론하는 연례 행사로, 세계 경제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리창은 포럼 첫날인 15일 스위스 베른에서 비올라 암헤르트 스위스 연방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갖고 “중국 개방의 문은 점점 확대될 것이며, 더 많은 스위스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고 비즈니스를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위스에 중국 비자 면제 혜택을 부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난해 중국은 유럽 5국과 말레이시아 등에 비자 면제 혜택을 부여했는데 스위스를 이 대상에 추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암헤르트 대통령은 “스위스의 많은 기업들이 중국 투자 및 발전에 있어 좋은 성과를 거뒀다”며 “스위스는 중국과 함께 교류를 강화하고 양국 국민 간 상호 이해와 우의를 증진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리창과 회동할 가능성도 있다. 젤렌스키는 16일 암헤르트 대통령과 회담한 뒤 다른 정상들과의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미국은 중국이 다보스포럼의 ‘주인공’이 되지 않도록 견제하고 있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국무부 문서에 따르면 스콧 밀러 주스위스 미국 대사는 ‘중국이 미국보다 다보스포럼을 중시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암헤르트 스위스 연방 대통령과 악수라도 하지 않으면 모양새가 나쁠 것”이라고 했다. 리창은 16일 개막식 특별 연설에 나서며, 미국 대표로 참석한 블링컨 장관은 17일 연설한다. 이번 포럼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영국, 독일 등 주요 서방 국가 정상들은 불참했다.
올해 54회를 맞은 세계경제포럼(WEF)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홍해 일대에서 후티 반군과 미·영 연합군의 무력 충돌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정학적 충돌 관리 방안을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포럼의 주제 역시 ‘신뢰 재건(Rebuilding Trust)’이다. 각국 정상급 인사 60여 명이 현장을 찾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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