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신중한 금융당국…또 용산에서 덜컥 허용할까
윤석열 의중따라 깜짝 발표 가능성도
“시장 주시할 것” 금융당국 고민 커져
정부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잇달아 투자 활성화를 위한 감세와 규제완화 조치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국내 상장과 거래도 허용될 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당장 큰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공매도 보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처럼 용산 대통령실의 의중에 따라 깜짝 발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 역시 “앞으로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정책변경의 여지는 남겨놓은 상태다.
16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2시13분 기준으로 일주일 전보다 8.45% 하락한 4만2783.0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SEC 발표 후 11일 오후 11시50분까지 4만8969.37달러까지 올랐으나 몇 시간 후 4만6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과 거래를 허용함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지 않는 것은 기대감이 이미 가격에 상당히 반영이 되어있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SEC 결정 이후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겠다”던 금융당국도 고민이 커지게 됐다.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를 인정하지 않는 배경에는 가상자산 가격의 급등과 이에 따른 투자열풍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물 ETF 허용이 가상자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상품을 허용한 만큼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사의 건전성, 투자자 보호 측면 등에서 무리가 없다면 계속해서 이를 불허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 금지 분위기가 여전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홍콩 증시 급락으로 H지수 ELS가 수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투자자들이 손실보전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출시된 지 오래된 상품이고 재가입률도 높은 상품(ELS)도 이런데 변동성이 더 큰 가상자산을 담은 ETF를 국내에 도입했다 손실이라도 나면 정부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대통령실에 있다. 지난해 11월 전면금지된 공매도도 금융당국은 금지 조치나 시스템 구축이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개인투자자 보호”를 내세운 대통령실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금투세 폐지도 유사한 사례이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금투세 도입 폐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내년에 시행할 예정인)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전격발표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 가상자산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사후 규제) 도입을 공언했다. 2030 표심을 겨냥한 조치였는데, 이번 4월 총선에서도 특정 표심을 겨냥해 한층 완화된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각 부처별로 개최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깜짝’ 총선용 발표들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대통령실은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을 용산으로 불러 “(비트코인 현물 ETF와 관련) 여러 방안들을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금융당국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의 검토 요청의 강도가 높은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나 금투세 폐지는 개인투자자 손해와 무관하다”며 “현재로서는 가상자산 ETF는 최근 사례와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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