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긴 내려도 우린 안 내려”…폭탄주, 새해에도 식당선 사치네

정부가 ‘기준판매비율’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새해 들어 주류 제품의 출고가가 순차적으로 인하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 판매대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정부가 새해 들어 ‘기준판매비율’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소줏값에 이어 청주와 과실주, 탁주 등의 출고가도 내려가게 됐다. 주류업계 또한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고자 선제적으로 출고가를 낮추기로 했는데 자영업자들의 마진(이윤)이 붙는 식당가 가격은 대체로 동결인 분위기다.

1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보해양조는 이날부터 ‘보해 복분자주’, ‘매취순’ 등 과실주 제품군의 출고가를 약 5.3% 인하한다. 국세청이 과실주와 기타 주류에 대한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하는 건 내달 1일부터지만, 명절 선물 수요를 고려한 보해양조가 선제적으로 가격을 내렸다.

이번 가격 조정으로 보해 복분자주의 출고가는 병당 6500원에서 6156.49원으로 인하되고, 매취순 오리지널은 3700원에서 3504.45원으로 가격이 내려간다. ‘15년 숙성 매취순’, ‘순금 매취순’ 등 다른 매실주 품목도 인하율이 5.3%로 동일하다.

하루 뒤인 오는 17일부터는 롯데칠성음료도 발효주와 기타 주류의 출고가를 인하한다. ‘청하’와 ‘백화수복’ 등 청주류의 출고가는 5.8% 낮아지며 ‘별빛 청하’ 등 기타 주류의 출고가는 4.5% 인하된다. 또 ‘설중매’와 ‘레몬진’ 등 과실주 가격은 5.3% 낮아질 예정이다.

또 국순당 역시 이번 주부터 국산 발효주와 기타 주류의 출고가를 선제적으로 조기 인하할 계획이다. 탁주형 기타 주류의 출고가는 약 4.5% 조정되며 백세주 등 약주의 출고가는 약 4.7% 하향된다고 국순당은 설명했다.

주류업계가 일괄적으로 출고가를 조정하기로 한 건 내달 1일부터 국산 발효주와 기타 주류에 기준판매비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소주 등 국산 증류주에 대해서는 이미 이달 1일부터 기준판매비율이 적용, 세금 부과 기준이 내려간 상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의 이번 달 경기전망지수(BSI)는 79.5로 한 달 전보다 5.4포인트 하락했다. 사진은 서울 명동 식당가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기준판매비율은 일종의 세금 할인율이다. 주세를 계산할 때 세금부과 기준인 과세표준을 줄여주는 제도다. 기준판매비율이 커질수록 과세표준이 작아져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로써 출고가가 조정되면 대형마트·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가정용 제품의 가격은 인하된다.

문제는 식당가 가격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명절 선물이나 차례주 등으로 수요가 많은 일부 품목의 출고가가 조정되더라도 외식업계의 소비자가격에는 주류 도매업자와 자영업자들의 유통 마진이 붙는다.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효과가 미미한 이유다.

주류 제품이 공장에서 출고되면 지역별 도매상을 한 차례 거친 뒤 식당 등 외식 업장에 공급된다. 식사나 안주류에서 남는 마진이 적은 외식업계는 통상적으로 주류 판매에서 난 수익으로 부족한 손실을 메운다. 가정용과 업소용 제품의 가격 차이가 여기서 발생한다.

앞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기업이 새해 들어 소주 출고가를 조정했음에도 아직 식당가에서는 가격 인하 효과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기 불황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가격 조정에 소극적이어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의 이번 달 경기전망지수(BSI)는 79.5로 한 달 전보다 5.4포인트 하락했다. 4개월 연속 하락한 것인데 BSI가 100 미만이면 경기가 악화했다고 보는 업체가 더 많다는 의미다.

주류·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준판매비율 적용에 따라 가정용 제품의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자들이 술을 사다가 집에서 마시려는 경향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며 “외식업계의 가격이 함께 조정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는 주류기업에도 악영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