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통합 태풍` 한미약품, 신약개발·R&D 흔들림에 촉각

강민성 2024. 1. 1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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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신약개발 투자 강화 기대
OCI는 제약·바이오 시장 진출
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왼쪽부터 OCI, 한미약품 본사 전경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이 통합을 선언한 가운데 성사될 경우 한미약품의 신약개발과 상품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OCI가 1조원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만큼 향후 한미약품그룹이 R&D(연구개발)에 더 집중하고 투자규모를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가족간 경영권 분쟁으로 신약 개발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겸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OCI그룹과의 통합으로 취득한 현금을 상속세 납부에 쓸 전망이다. 한미약품 오너일가는 지난 2020년 창업주 임성기 회장이 별세하면서 5400억원대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앞서 12일 발표한 양사 통합 계획은 현물출자를 통한 주식교환으로, OCI홀딩스는 7703억원을 들여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구주와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포함해 총 27.0%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한미사이언스 측에서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이 OCI홀딩스 지분 약 10.4%를 취득한다. OCI그룹에서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취득하는 것과 달리, 한미약품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실장이 개인 자격으로 OCI홀딩스 지분을 가지는 것이다. 지분 인수를 완료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가 된다.

16일 종가 기준 OCI홀딩스와 OCI 시가총액은 각각 약 1조9179억과 약 7340억원,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시가총액은 각각 약 3조9316억원과 4조2837억원이다. 이번 통합 이슈로 한미약품그룹 주가가 급등한 영향이 있지만 당초 계약 자체도 한미약품 측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OCI가 상속세 재원이 급한 한미약품그룹을 저렴하게 품는 모양새라는 것.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의 경우 OCI홀딩스의 1대주주로 올라선다. 양 그룹은 이후 통합지주회사를 만들어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각자 대표 체제로 공동 경영을 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통합은 OCI와 한미약품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두 기업의 통합으로 OCI그룹은 제약·바이오 시장에 진출해 신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OCI는 2008년부터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며 다양한 벤처기업 투자 이력이 있다. 2022년에는 부광약품 지분 11%를 1461억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부광약품 지분 인수의 배경에도 부광약품 오너가의 상속세 이슈가 있었다. 부광약품은 OCI 인수 이후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보이는 등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통합으로 한미약품은 보다 안정된 지배구조와 재정적 기반 위에서 신약개발 투자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통합이 양사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만큼 두 그룹 간의 시너지를 위한 방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미사이언스의 자회사인 한미약품은 국내에서 누적 매출 1조의 '아모잘탄 패밀리'를 보유하고 있다.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HS)과 비만치료제의 일종인 글루카곤 양 펩타이드(GLP) 등 파이프라인 9개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에는 H.O.P라는 프로젝트를 가동해 비만신약 5종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미약품은 2015년 글로벌 제약기업과 수조원대의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이후 연간 매출액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며 신약개발에 집중해 왔다.

다만 2022년 11.87%의 영업이익률을 올린 가운데, R&D 투자비율은 연결 매출액의 13.4%가량을 투자해 빠듯하게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OCI가 현금성 자산이 많지만 OCI그룹 내 제약바이오 비중이 미미해 두 그룹 통합 시 구체적인 시너지 발생과 R&D 방향성에 관해서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OCI가 한미약품에 독립적 경영을 보장한 만큼 기존 한미의 정신을 되살리고 R&D 투자에 제대로 힘을 실어주는 게 향후 통합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이번 통합 계획에 신주발행이 포함돼 있는 만큼, OCI홀딩스 현물출자에 함께 하지 않는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배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오너일가가 대동소이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 지분구조도 변화하게 된다.

또한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통합 결정에 반발하고 있어 통합과정에서 법적 분쟁도 예고 되고 있다.

두 회사의 협상이 두달 정도만에 급속도로 이뤄졌고 제대로 실사도 안한 것으로 알려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지난해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과 임원진을 대거 물갈이하고, 최근 OCI와의 통합도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배우자인 현 회장과 장녀, 즉 모녀가 주도했다"며 "경영권 분쟁이 확산될 경우 R&D와 사업 집중력이 떨어질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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