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넓히는 제3지대, '선명성' 경쟁 치열… 물밑에선 교통정리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가운데)와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왼쪽), 비명(비이재명계)계 탈당 그룹인 '원칙과 상식'의 김종민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카페에서 티타임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대 양당에서 벗어난 제3지대 세력이 선명성 경쟁에 돌입했다.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물밑에서는 연대나 합당 등 공존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이기인 개혁신당(가칭)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신당은 대통령 배우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의전 등의 법적 근거를 명문화하겠다. 대통령 배우자의 법적 지위 및 지원에 관한 법률(대통령 배우자 법)을 제정하겠다”고 말했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이준석 전 대표와 천하람 변호사, 허은아 전 의원 등을 중심으로 뭉쳤다. 이날 기자회견은 여야를 모두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으로 정치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배우자인 김혜경 씨와 관련된 논란이 있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미래(가칭)도 이날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양당을 모두 공격했다. 비명(비 이재명) 혁신계로 분류됐던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등과 정의당 일부가 뭉친 미래대연합(가칭)은 언론과의 접촉을 늘리는 방식으로 양당 사이의 공간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이 선명성 경쟁에 뛰어든 것은 정국 주도권 때문으로 풀이된다. 총선이라는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조직·자본 등을 모으는 작업이 필수다. 하지만 현재 제3지대로 분류되는 세력 대부분이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에서 탄생한 탓에 자본이나 조직 역량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제3지대 간의 주도권 다툼에서 승리해야 거대 양당과도 결전을 치를 수 있다. 제3지대끼리의 주도권 싸움이 커질수록 선명성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다만 이 과정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속한 한국의희망이나 미래대연합의 몸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상대적으로 조직·자본을 동원하기 쉽기 때문이다.

제3지대 소속 한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만나 “기본적인 입장은 자강”이라면서도 “(자본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