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북한은 반민족적", 김정은 "남한은 제1의 적대국"... 파멸로 치닫는 남북관계
남북관계가 정전 71년 만에 파멸로 치닫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은 불변의 주적"이라고 전쟁을 위협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은 반민족적·반역사적"이라며 단호한 대응을 공언했다. 남북 정상이 앞다퉈 상대를 겨냥한 날 선 발언을 쏟아내며 전의를 다진 건 이례적이다. 한민족을 내세워 통일을 추구하던 남북한 특수관계가 각자 이익을 위해 무력충돌도 불사하는 적대관계로 바뀌었다.
북한이 포문을 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한다"고 최고인민회의(우리의 국회 격)가 전날 결정한 소식을 전했다. 조평통은 1961년 설립한 대표적 대남기구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북남관계와 통일정책에 대한 입장을 새롭게 정립하고 평화통일 관련 단체들을 모두 정리한 것은 필수 불가결의 공정”이라고 밝혔다. 남한과의 접점을 모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김 위원장은 남한을 ‘제1의 적대국’으로 칭하며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대한민국 족속들과는 민족중흥의 길, 통일의 길을 함께 갈 수 없다”며 헌법에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같은 표현을 삭제하고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육하는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을 전면 부인한 조치다.
김 위원장은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전쟁상황을 가정하며 "핵무기를 포함해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맞불을 놓았다.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로 남북관계를 규정한 것에 대해 “북한 정권 스스로가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집단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전쟁이냐 평화이냐를 협박하는 재래의 위장 평화 전술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면서 “도발 위협에 굴복해서 얻는 가짜 평화는 우리 안보를 더 큰 위협에 빠뜨릴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도발 위험구역으로 꼽았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새해 들어서도 NLL 인근으로 포병 사격과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을 계속하고,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대한민국을 균열시키기 위한 정치 도발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와도 다르다"면서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일부는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움직임은 우리 사회의 분열을 꾀하는 정치 도발 행위"라며 "소위 ‘2국가론’ 주장은 한민족의 장구한 역사를 부정하고 같은 민족을 핵으로 위협하는 행태"라고 규탄했다.
남북 정상이 잇따라 강경대응을 천명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자 미국 국무부는 15일(현지시간) “우리는 북한이 대화를 계속 거부하고, 한국에 대한 적대적 발언을 강화하는 것에 실망스럽다”며 “남북 협력이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북한에 어떠한 적대적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대북 억제와 대응 방안을 한국,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과 긴밀히 상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는 북한과 더 밀착하며 결속을 과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북한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파트너로서 모든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최선희 외무상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17일까지 사흘간 러시아를 공식 방문하고 있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예방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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