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계약 하려던 돈이 남았다…이지영+김민식에 2년 11억 5천만원…SSG는 웃었지만

신원철 기자 2024. 1. 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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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식 ⓒ곽혜미 기자
▲ 김민식이 SSG와 계약에 합의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SSG 랜더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예비 FA 포수 김민식에게 투자하려던 예산이, FA 포수 김민식과 이지영 두 명을 잡고도 남았다. 전화위복이라고 해야할까. 돈을 아낀 SSG 랜더스는 웃었지만 2년을 같이 가야 할 선수는 마냥 웃을 수 없게 됐다. 이제는 SSG의 포수 출전 시간 배분에 관심이 쏠린다.

SSG는 지난 12일 FA 포수 이지영을 키움 히어로즈와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다. 계약 조건은 2년 4억 원. SSG는 여기에 현금 2억 5000만 원과 3라운드 지명권을 키움에 넘겨줬다. SSG의 이지영 영입은 금액 규모를 떠나 잠잠하던 스토브리그 호수에 큰 파도를 일으켰다. SSG 잔류를 1순위로 두고 FA 협상을 이어오던 또다른 포수 김민식이 그 파도에 휘말렸다.

김민식은 결국 16일 SSG와 2년 총액 5억원(연봉 4억원, 인센티브 1억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SSG가 소속 팀 선수에게 적극적으로 비FA 다년계약을 제안해 장기 보유를 추진하던 때 김민식도 그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적어도 4년은 구단의 미래를 맡길 포수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금액도 지금 돌아보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었다. 그러나 김민식은 FA 시장에서 다른 구단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를 원했다.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악수가 됐다. SSG가 지난 2022년 김민식에게 건넨, 선수가 거절한 비FA 다년계약 규모는 최대 6년에 20억원 중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SG는 절반 수준의 지출만으로 FA 포수 2명을 잡았다. 해당 선수가 인센티브 조건을 전부 갖춘다고 가정하면 2년간 이지영에게 4억 원, 김민식에게 5억 원을 지출한다. 여기에 키움에 전달한 이적료 2억 5000만 원까지 11억 5000만 원. 김민식에게 6년 20억 원 이상을 쓰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장기 계약의 부담은 물론이고 거액 지출의 부담까지 덜 수 있었다.

▲ 12일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SSG 유니폼을 입은 이지영 ⓒSSG랜더스
▲ 키움에서 사인 앤드 트레이드 형식으로 SSG에 합류한 이지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SSG 랜더스

2차 드래프트로 포수 2명을 영입하는데 쓴 비용까지 더해도 남는 장사다. SSG는 지난해 부활한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전 NC 다이노스 포수 박대온, 3라운드에 전 KIA 타이거즈 포수 신범수를 지명했다. 1라운드 4억 원, 3라운드 2억 원의 양도금이 발생해 총 6억 원을 지출했다. 일단 2년간 포수 4명에 총 17억 5000만 원과 박대온 신범수의 연봉, 3라운드 지명권 1장이 빠져나간다.

김민식과 SSG는 계약 조건에 이견이 있었을 뿐 함께한다는 공감대는 확실히 갖고 있었다.

김민식 측은 지난 연말 SSG와 협상에 대해 "첫 제안은 차이가 컸다. 역제안 후 수정안을 받았는데, 이때도 우리가 생각한 최소치와 차이가 있었다. 그렇게 연말까지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구단은 최종안이라고 하는데, 새해가 되면 다시 연락해 조율해볼 수 있을지 문의하려고 한다"면서 "구단에 샐러리캡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금액이 그렇게 크게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이지영(왼쪽)과 안우진 ⓒ키움 히어로즈

▶ 이지영이라는 파도

여기까지 다른 구단 이적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SSG가 조금 더 나은 제안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1월 중순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지영이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스스로 활로를 개척하는 변수가 생겼다. 이지영은 무엇보다 더 많은 기회를 원했다.

삼성-키움-SK(SSG)가 엮인 삼각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에서 키움 히어로즈로 이적한 이지영은 한동안 팀의 주전 포수를 맡았다. 장타력에 강점이 있는 박동원과 비슷한 비중으로 출전하면서 4년 연속 100경기 이상 마스크를 썼고, 2022년에는 데뷔 후 한 시즌 최다인 137경기에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갑자기 출전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신예 포수 김동헌이 구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102경기에 나선 반면 이지영은 81경기가 전부였다. 키움에서의 마지막 출전은 8월 8일 롯데전이었다. 목 담 증세로 1군에서 빠진 뒤 복귀하지 못하고 고양 히어로즈에서 시즌을 마쳤다. FA를 신청했으나 키움은 뚜렷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키움은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KBO 마지막 시즌일 수 있었던 지난해 평소보다 적극적인 투자로 선수단을 보강했으나 '탱킹'에 가까운 형태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안우진의 토미존 수술이라는 악재가 겹쳐 이번 시즌도 '윈나우'를 추구할 형편이 못 된다. 베테랑 포수 이지영에게 유의미한 제안을 할 상황은 아니었다.

이지영이 1986년생, 김민식이 1989년생으로 3살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SSG도 마냥 베테랑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언젠가는 조형우라는 유망주에게 주전을 맡겨야 하는 상황에서 이지영이 합류하는 뜻밖의 호재가 찾아왔다.

SSG는 이지영을 영입하면서 "포수진 보강과 투수진의 안정화를 위해 이번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이지영은 통산 1270경기에 출장해 포수로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으며, 타자로도 통산 타율 0.280, 942 안타, 368 타점을 기록하는 등 준수한 타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지영은 2013년 이후 매년 100경기 전후 게임을 소화하는 등 내구성이 좋고 꾸준한 기량을 갖춘 선수"라고 소개했다.

또 "16년간 모범적인 선수 생활과 우수한 기량을 보유한 이지영이 구단의 투수진을 이끌어주고 젊은 포수진에게 좋은 멘토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김민식 ⓒ곽혜미 기자

▶ 수세에 몰린 김민식, 결국

반면 김민식은 협상 테이블에서 발언권이 대폭 축소되는 처지에 놓였다. 나머지 9개 구단을 전부 살펴봐도 FA 포수를 영입할 여력이 있는 팀이 마땅치 않았다. 김민식은 총액 기준 20억 원이 넘는 대형 계약이 아닌 2년 5억 원에 SSG 잔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SSG도 협상 테이블을 접고 김민식이 FA 미아 상태에 놓이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물론 수정에 수정을 거친 '진짜 최종안'은 1년 전 비FA 다년계약 시도 때와는 물론이고 FA 협상 시기와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SSG는 16일 김민식과 계약을 발표하면서 "포수진 경쟁력 및 뎁스 강화를 위해 포수 경험이 풍부한 김민식과 FA계약을 맺었다"며 "김민식은 마산고-원광대를 졸업하고 2012년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SK와이번스에 입단했다. 2017년 KIA타이거즈로 이적해 팀의 통합우승에 일조했으며, 2022년 다시 친정팀인 SSG로 복귀해 팀의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을 이끌었다"고 소개했다.

계약을 체결한 김민식은 "친정팀에서 계속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 기쁘다. 팀 선후배와 함께 다시 한번 SSG가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더욱 더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SSG 랜더스 김민식. ⓒ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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