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서 中에 당한 K배터리, 대비책은 없나

김도현 기자 2024. 1. 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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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삼성·SK로 이어지는 K-배터리 삼각편대 대형이 연이은 기술유출 사태로 흔들리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K-배터리와 전쟁 중인 중국이 이번엔 한국에 사무실을 차려 조직적으로 기술을 빼간 정황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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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中, K배터리 안방서 털어갔다]⑤
[편집자주] LG·삼성·SK로 이어지는 K-배터리 삼각편대 대형이 연이은 기술유출 사태로 흔들리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K-배터리와 전쟁 중인 중국이 이번엔 한국에 사무실을 차려 조직적으로 기술을 빼간 정황이 포착됐다.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강한 처벌은 물론 민관 차원의 보안 강화까지 전반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에스볼트의 각형 배터리. 왼쪽(파란색)이 리튬인산철(LFP) 제품, 오른쪽(흰색)이 코발각프리 제품 /사진=에스볼트

에스볼트(Svolt·펑차오에너지)의 배터리 기밀유출 소식을 접한 국내 주요 배터리업계는 서울 한복판에서 중국에 당했다는 점이 충격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례 없던 새로운 수법이 동원된 만큼 경각심 고취뿐 아니라 추가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단 지적도 나왔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한국법인을 운영해 온 에스볼트 외에도 현재 CATL·BYD 등이 국내에 지사를 설치했다. 다른 중국 배터리업체들도 한국 진출을 타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자국 배터리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른 상황에서 미국·유럽 등의 견제가 심화하자 한국을 포함한 제3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것이다. 배터리 기술력이 높은 한국에서의 사업 성과는 다른 시장을 공략하는 데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국내 배터리사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를 제외하면 중국과 공략하는 대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국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의 활동에 주목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의 보급형 전기차 혹은 단가가 맞지 않아 국내 배터리사가 납품을 포기한 중견 완성차 시장 위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전기버스·전동킥보드 등도 대부분 중국산 배터리가 들어간다.

터질 게 터졌단 반응도 감지된다. 중국은 내연차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기술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한 뒤 국가 주도로 전동화에 가장 먼저 나선 곳이다. 전기차뿐 아니라 핵심인 배터리 산업도 국가 주도 아래 육성됐다. 이 과정에서 국내 주요 배터리사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들 인력을 통해 핵심기술 일부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CATL이 CTP(Cell to Pack), CTC(Cell to Chassis) 배터리를 내놓고, BYD가 블레이드 배터리를 잇달아 선보인 배경에는 내수를 넘어 해외공략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라며 "자국 시장에서야 국내 배터리 기술을 답습해서 제품을 출시해도 무방했지만, 해외에서는 소송전에 휘말리고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터리 기술유출은 모방을 넘어 해당 기술을 보유하기까지 소요된 시간·비용·노력을 빼앗기 때문에 중대한 범죄다"라면서 "에스볼트가 지난해 삼성SDI 핵심 고객사인 BMW그룹·스텔란티스 등과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CATL로부터 영업기밀 침해로 제소돼 합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서 단기간에 이런 성과를 낸 배경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동남아·중동 등 중국과의 배터리 전선이 점차 넓어지는 양상"이라면서 "이들이 납품하는 배터리가 국내 기술을 침해한 것은 아닌지에 보다 면밀히 살펴야 하고 선제적으로 핵심 기술 특허를 확보해 중국의 추격 의지를 꺾는 것이 국내 배터리업계의 새로운 숙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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