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국가전략기술 '엑소더스 코리아' 방지 'K-칩스법' 과제

2024. 1. 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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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스1) = 글로벌 차원으로 전개되는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고환율 등은 산업 전방위적으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에 주요 전략산업들의 투자심리를 개선하고 산업생태계를 고도화하는 방안으로서 조세지원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23년 3월 '조세특례제한법개정안(K-칩스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이 대기업의 경우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확대됐다.

하지만 해외 주요국들과 비교하였을 때, 우리나라의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조세지원이 전략산업의 혁신성과 창출과 글로벌 기술경쟁력 확보를 뒷받침하는 데 다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확대되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이 자국 내 전략산업의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시설 확대와 고도화를 위한 세액공제 확충을 이뤄내는 움직임을 미뤄봤을 때, 이 같은 제도적 미비점은 우리 전략산업들의 기술패권 형성과 글로벌 혁신지형에서의 경쟁력 제고에 한계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최근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제도가 개편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확대되고 있다(구본진, 2023; 전지은·김학효, 2023).

예로, 일본의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공장 투자 비용의 최대 50%를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면서 자국 기업과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고자 노력한다. 미국과 대만 등도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25%로 적용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의 지원책과 조세지원 수준을 놓고 보면, 반도체 등 주요 국가전략기술 부문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할 유인이 없어 보인다.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 세액공제 수준 비교를 넘어, 우리나라 법인세율이나 최저한세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면 경쟁국 대비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현재와 같은 조세지원제도가 운용될 경우, 기술 경쟁국 대비 우리나라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으며, 국가전략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 규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아래 기술패권 시대 미래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세 지원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한시적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조세지원제도 운용을 넘어 기간 연장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해외 주요국들은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조세 지원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내고 있다. 대만의 경우 2023년 '기업의 미래지향적 혁신 연구·개발 및 첨단 공정장비 지출에 대한 투자감면방법'(대만형 칩스법)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시행규칙은 2023년 8월부터 시행해 2029년 12월 만료된다. 중국은 2020년 '집적회로 산업 및 소프트웨어 산업의 질적 발전 촉진을 위한 법인세 정책'을 통해 최고 10년 동안 기업 소득세를 면제하겠다는 파격적인 방침을 발표했다. 미국도 2022년 '반도체와 과학법'을 공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2027년 1월 1일까지 반도체 투자 세금 공제 혜택을 지원하고자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K-칩스법'은 시설투자 세액공제는 2024년까지, 그리고 임시투자세액공제는 2023년에 한해 한시적으로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이에 투자 증가분에 대한 추가 세액공제 혜택은 2023년에만 제공됐다. 이미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주요 전략적 산업 내 기업들은 이미 대규모의 투자를 진행했거나 계획 중이기에, 정부가 한시적으로 운용하는 조세 혜택이 실질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견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조세지원제도는 주요 전략산업 내 기업들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R&D 및 시설투자에 필요한 동력을 상실케 할 우려가 있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전략산업 생태계의 구성 요소와 제반 인프라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기업이 연구개발을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시설투자를 위한 지출 비용을 조달하고, 연구개발비 투자를 통한 기술개발 과정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특히, 국가전략기술 분야는 다른 기술 분야 대비 더욱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안정적인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지원정책과 제도 마련을 위해 '조특법 개정안(K-칩스법)'의 한시적 적용을 넘어, 적용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해당 제도의 일몰 시한을 제정하거나 제도를 상시화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설계와 제도화를 이뤄낼 필요가 있다.

둘째, 국가 차원 전략적 목표와 국가전략기술별 기술 특성 및 산업 생태계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조세지원제도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국가전략기술은 국가 차원의 임무(mission)와 전략적 가치가 투영된, 국가생존을 위한 핵심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조세지원제도에서는 국가전략기술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국가 차원의 국가전략기술 개발 목표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원대상 범위와 기준을 개편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해외 주요국들은 국가전략기술별 차별화된 조세지원제도를 마련하는 움직임을 확대하며 기술별 고유한 특성과 기술발전 궤적을 고려해 조세지원의 효과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중국의 경우, 국가전략기술로 다루는 집적회로의 생산 요건(예, 집적회로 라인 폭)이나 기업의 업력(경영 기간) 요건에 따라 면세 혜택을 차별화해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근거하여 태양광 및 풍력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와 배터리 부문에 대한 세액공제를 생산 단위에 비례하여 제공하고 있다(전지은·김학효, 2023). 이를 통해, 전략기술 부문의 점진적 생산역량 확장을 구체화한 형태로 뒷받침하고자 한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에는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 부문에 있어, 단기 성과 창출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높은 공제율을 제공하는 반면 점차 공제율을 낮추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은 '반도체와 과학법'에 근거, 기술패권 경쟁에 있어 위험요인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국 등과 같은 우려국의 반도체 생산역량 확장을 뒷받침하는 계약을 체결한 기업들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제한하고 있다(전지은·김학효, 2023). 이러한 접근을 바탕으로, 국가적으로 중시되는 전략적 가치와 기술개발 목표를 조세지원제도에 반영하고자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 규모별 지원율 격차를 차별화된 형태로 제공하고 있을 뿐이며, 국가전략기술 모두에 동일한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해외 주요국들은 세액공제 혜택 부여 조건으로서 기업 규모가 아닌 생산역량과 기술 및 혁신역량을 고려한다. 제도 운용 효율성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접근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국가전략기술별 고도화된 혁신생태계 조성에서는 이 같은 접근이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전략기술별 기술발전 주기에 대한 이해와 우리나라의 전략적 목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략기술별 차별화된 조세지원제도 마련을 이뤄낼 필요가 있다. 나아가, 국가전략기술 분야에서는 다양한 혁신주체 간 협력에 기반한 산업생태계 고도화가 필요하다. 구본진(2023) 연구 등은 개방형 혁신을 수행하는 기업에 있어 R&D 세액공제 효과가 더욱 유효할 수 있음을 실증한 바 있다. 이는 독립적이고 폐쇄적인 R&D를 수행하는 기업들보다는, 다양한 협력형 혁신을 수행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세지원 확대가 더욱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우리 정부는 '임무 중심 전략 로드맵' 등을 통해 국가전략기술 생태계 조성방안으로서, 다양한 산학연 프로젝트 활성화, 국내외 연구소 간 공동연구 및 기업 간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등을 포함한 개방형 혁신 확대를 강조한 바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가전략기술 조세지원 범위를 개편해 나갈 필요가 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 시행규칙 '제7조 연구 및 인력개발비의 범위'의 6항을 보면, 신성장·원천기술연구개발업무 또는 국가전략기술의 연구개발업무를 위탁(재위탁 포함)하는 경우, 국내 소재 기관으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패권 시대에서는 국가전략기술 부문에 대한 글로벌 협력과 기술외교 역량 역시 중요하게 대두된다. 더불어 국내·외 연구소 간 공동연구와 다양한 주체 간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바탕으로 기술주권을 확립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에 해당 조문을 국내·외 소재 연구기관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더불어, 국가전략기술의 특성에 맞게 오픈 이노베이션형 R&D 프로젝트 등에 대한 세액공제를 협력대상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겠다.

셋째로,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조세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기업들의 혁신역량 제고를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보완 정책들을 탐색하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구본진(2023) 연구는 실증분석을 통해 기업의 혁신성과 향상 측면 조절 효과를 검증한 결과, 기업이 R&D 직접지원(보조금)을 수령했을 때 R&D 세액공제 효과가 유효함을 규명한 바 있다. 이는 R&D 직접지원과 간접지원 형태인 R&D 세액공제가 상호보완적으로 기업들의 혁신성과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해외 주요국들은 주요 전략기술 부문에 대한 연구개발 세액공제를 확대함과 동시에 R&D 보조금 지급을 함께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조특법 개정안(K-칩스법)에 의거한 조세지원 확대 움직임에 발맞춰 R&D 직접지원 확대를 이뤄내고자 한다. 작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부R&D 제도혁신 방안'과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결과'발표 등을 통해, 국가전략기술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 계획을 공표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 특히, 첨단바이오, 인공지능, 사이버보안, 양자, 반도체, 이차전지, 우주 등 7대 핵심분야에 대해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R&D 전체 예산과 보조금 사업 예산이 삭감되는 등 내용도 함께 발표됐다.

이는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 및 R&D 직접지원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기업들의 혁신 경쟁력 제고를 제약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K-칩스법' 내 국가전략기술 부문에는 속하지만, R&D 지원 대상기술에는 속하지 않는 기업들의 경우 기술혁신을 위한 투자 여력을 상실하고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투자 세액공제제도는 매출과 이익이 발생한 때에만 적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연구개발 활동이나 혁신 활동을 하고도 이익이 나지 않아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들 기업에 대해 투자 규모에 따른 세액공제분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이나, R&D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에 대한 다양한 조세지원을 함께 운용해나갈 필요가 있다.

기술패권 시대, 국가전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해당 기술 기반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생산거점 확보를 위한 설비투자와 기술경쟁력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인력 확보 등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조특법 개정안(K-칩스법)은 우리나라 국가전략기술 부문의 투자를 확대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역동적인 전략기술 혁신생태계 마련과 기술 성과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주요 과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이뤄내고 입법 정비 및 행정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같은 주요 과제를 추진하는 데 있어 효율적인 조세제도 확립과 세수확보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이뤄낼 필요가 있겠다. 잘 설계된 조세지원제도는 주요 국가전략기술 산업의 생산량과 생산성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경제 전반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하지만 세수에 미치는 영향과 자원 재배분을 왜곡할 수 있는 위험 등 비용 측면 리스크가 긍정적 기대효과를 능가할 수도 있다. 국가전략산업들의 투자촉진과 산업경쟁력 제고를 뒷받침하는 효율적이고 매력적인 조세제도 마련과 공공지출 및 개발에 필요한 세수확보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혜안이 필요한 때이다.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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