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vs 문화체육관광부 극심한 대립 속, 체육인대회 개최

2024 대한민국 체육인대회가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체육회가 정부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상황 속에서 대규모 체육인 대회를 개최했다.

대한체육회는 16일 서울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2024 체육인 대회를 열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등이 참석했다. 대한체육회, 시도·시군구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국대표선수 및 지도자, 동호인 등 총 1만3000여명이 참여했다고 체육회는 발표했다. 바흐 위원장은 오는 19일 시작하는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을 격려하고 참관하기 위해 최국 입국했다.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2024 체육인대회에 앞서 고위층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조현재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골프 박인비, 쇼트트랙 김길리,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양궁 김제덕, 김정길 전 대한체육회장,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이기흥 회장은 “체육인들의 단합되고 굳건한 의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체육이 발전할 수 있다”며 지방체육회 예산 법제화, 학교체육 활성화, 상장기업 운동부 지원, 여성·노인체육 활성화 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체육 정책을 통합적으로 집행하려면 ‘국가스포츠위원회’가 조속히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스포츠위원회’는 이 회장이 지난해 말 국무총리 산하 민관합동 기구로 출범한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구성되지 않자 내놓은 ‘맞불 카드’다. 이 회장은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당연직 민간 위원직을 거부한 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는 정부 유관기관 15개 수장과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유관부서 통합형, 민관협치형 기구다. 국가 차원에서 굵직한 체육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강한 행정적 구속력을 지닌다. 반면 이 회장이 요구하는 ‘국가스포츠위원회’는 정책을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은 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오른쪽)은 16일 체육인대회 도중 윤석열 대통령 축사를 대독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에게 문화체육관광부 위법·부당한 체육 업무 행태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영상 캡처

이 회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축사를 대독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에게 △문화체육관광부 위법·부당한 체육 업무 행태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안 △대한민국 체육 발전을 위한 대정부 건의서를 전달했다. 결국, 문체부를 없애고 대신 국가스포츠위원회를 따로 만들자는 것을 정부에 제안한 것이다. 정부 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 중대 사안이라 현실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반정부 기구인가’, ‘정부로부터 4000억원을 예산으로 받는 문체부 산하기관이 선을 넘었다’는 등 적잖은 반대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기흥 회장이 대한체육회장 3선을 위해 체육회와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체육인의 표심을 응집하려한다는 해석도 있다.

이날 행사는 1부 행사(체육인 신년 인사회) 후 사람들이 대거 자리를 이탈하면서 2부 행사가 반쪽만 진행되면서 마무리됐다. ‘체육인 대회’로 명명된 2부 행사는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 필요성에 대한 발제만 이뤄졌을 뿐 당초 예정된 네가지 현안 과제 발표, 이기흥 회장 총평이 생략됐다. 대한체육회는 “행사가 늦게 시작된 탓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바흐 위원장 등 적잖은 고위층도 대부분 1부 행사가 끝난 뒤 현장을 떠났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