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중심 한국에 악영향 주는 극단적 보호무역주의 강화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2024. 1. 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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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패권전쟁 격화로 등장… 인도·베트남 등 신흥시장 진출 늘려야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하며 극단적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등장했다. [GETTYIMAGES]
세계경제가 현재 당면한 문제이자 미래 더 확산할 위협 중 하나가 보호무역주의다. 보호무역은 자국의 산업과 국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무역에 개입해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가리킨다. 보호무역 조치는 크게 관세장벽과 비관세장벽으로 나뉜다. 비관세장벽은 관세를 제외한 모든 인위적 규제를 뜻하며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수입쿼터, 수입허가제, 기술장벽 등과 같은 조치를 포함한다.

관세장벽은 추세적으로 완화되고 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이래로 자유무역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지속되며 1994년까지 8.57%까지 상승했던 세계 평균 관세율은 1995년 6.44%, 2017년 2.59%로 하락해왔다. 1990년대 32.17% 관세율을 적용했던 중국도 2020년에는 2.47%로 대폭 완화했다.

현재 관세장벽을 대신하는 것은 비관세장벽이다. 가장 범용화하고 측정 가능한 보호무역 조치에는 무역기술장벽(Technical Barriers to Trade, TBT)과 동·식물위생검역(Sanitary and Phytosanitary Measures, SPS)이 있다. 무역기술장벽은 기술규정, 표준 및 적합성 평가절차 등이 국가 간 교역에 불필요한 장애요인을 형성하는 현상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동·식물위생검역은 인간 위생을 위한 보호조치 및 동 조치의 무역에 대한 영향 관련 국제 규범을 통칭한다. 세계 각국의 TBT 및 SPS 통보는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그래프1 참조).

[자료 | 세계무역기구]

트럼프 전 美 대통령이 시동 건 극단적 보호무역주의

보호무역주의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먼저 세계 각국은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는 구간에서 자국 산업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단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관세율이 장기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오히려 반등했던 흐름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관세장벽이 아닌 비관세장벽을 활용한 보호무역 조치들은 경제위기나 불황이 찾아올 때마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수입절차를 강화하고, 자국산 사용을 의무화하며, 반덤핑 관세(국외 물품 가격이 국내 물품 가격보다 너무 낮게 수입돼 국내 사업에 피해를 입히거나 입힐 우려가 있을 때 정상 가격과 덤핑 가격 차액 범위 내에 부과하는 관세) 및 세이프가드(특정상품 수입이 격증하고 국내 경합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경우 일시적으로 발동시킬 수 있는 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고, 자국 산업 보조금 지급 등과 같은 방식으로 보호무역 조치들이 단행되고 있다. 2023~2024년 글로벌 경기침체 구간에는 보호무역 조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극단적 보호무역주의는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하며 등장했다. "We're looking at TikTok, we're maybe banning TikTok(우리는 틱톡을 주시하고 있고 어쩌면 앞으로 틱톡을 금지할 수도 있다)." 2020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후 미국 내 틱톡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대중국 만성 무역적자가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든다는 판단에서다(그래프2 참조).

주 | 2023년은 3분기까지 누적값을 기준으로 추산함. 상품과 서비스 무역수지를 기준으로 함. [자료 |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
트럼프 전 대통령뿐 아니라,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2021년 취임 이후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 이차전지,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주력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산 광물, 소재, 부품을 사용하지 않은 전기차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건을 제시한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적 행보를 보일 때마다, 중국도 한 치 물러섬 없이 대응하면서 보호무역주의는 극대화되는 양상이다. 올해도 지정학적 갈등이 확대되고,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관점에서 극단적 보호무역 조치들이 추가로 단행될 우려가 있다.

친환경도 보호무역주의 불러온 한 축

보호무역 조치는 자국 혹은 역내로 생산시설 이전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의 우회수출 감시를 강화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 수입이 급증한 이후 불공정 보조금 지급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멕시코는 철강을 비롯한 392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최대 25%까지 기술적으로 인상한 바 있다. 멕시코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경유지로 등장한 만큼, 경유가 아닌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인도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같은 국가전략을 기초로 관세 인상 및 수입 제한 조치를 빈번하게 내세우고 있다. 중국을 대체할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보호무역주의 행보인 것이다. 올해는 이러한 움직임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과 맞물려 나타날 것이고, 미래의 글로벌 교역구조를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세계적 의제도 새로운 보호무역주의를 불러오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탄소저감 목표를 이행하기 시작했고, 이는 생산-유통-소비뿐 아니라 통상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특히 탄소중립에 관한 논의를 지휘하는 서방선진국들은 상대적으로 환경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하는 신흥 개발도상국에 환경 조건에 부합하는 생산방식과 제품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를 마련해 철강, 시멘트, 비료 등과 같은 탄소 배출산업을 규제할 방침이다. CBAM은 탄소배출 비용이 존재하는 국가로부터 상품이 수입될 때 수출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결과적으로 EU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신흥국에는 상당한 위협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CBAM은 2023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전환기간을 거쳐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이러한 보호무역조치는 상대국의 맞대응을 불러와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격화할 수밖에 없다.

수출구조 재편 등 대응책 마련해야

극단적 보호무역주의는 내수 중심 경제 대국보다 외수 중심 국가들에 더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로서는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를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중국과 미국이 전체 수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으로서는 양국의 무역전쟁과 이로 인한 보호무역조치들이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은 한국에 중국산 소재를 쓰지 말 것을 요구하고, 중국은 한국에 미국과의 기술제휴 배제를 강요한다. 미국의 어떤 요구를 받아들였을 때 중국으로부터 강한 보복 조치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며,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보호무역주의가 극대화될수록 수출에 상당한 제동이 걸리고, 보복 조치로 인한 공급망 불안에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대응할 수출전략이다. 우선 중장기적으로 수출구조를 재편해나가야 한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흔들리지 않는 수출구조를 갖출 수 있다. 또한 신흥국들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응해야 한다. 수출구조 재편이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을 줄이자는 의미가 아니다. 그 밖의 다른 수출대상국들을 확보하자는 뜻이다. 특히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 같이 부상하는 신흥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하는 바 이들 국가의 보호무역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외교적 협상력도 요구된다. 미국의 보호무역조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보복조치에 휘청거릴 수 있다. 통상전략으로 해결할 수 없는 위협인 만큼 유연한 외교적 노력이 보강돼야 하겠다. 친환경적 보호무역 조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주요국들의 환경적 요구사항들을 점검하고, 국내 기업들이 사업전략을 마련하고 제품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주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소 수출기업들이 환경 변화를 직시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무역 조치 모니터링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 상시 모니터링 센터를 자체적으로 갖춘 대기업과 달리,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극단적 보호무역주의 대응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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