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친척간 다툼이 떠오르는 ‘선산’, 가족 민낯 다룬 리얼 미스터리”

고희진 기자 2024. 1. 1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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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6부작, 오는 19일 공개
작은 아버지의 유산 둘러싼 미스터리 스릴러
연상호 기획·각본 참여, 김현주 주연
“‘선산’, 가족 통념과 상반된 느낌 줘 매력”
<선산>의 기획·각본에 참여한 연상호. 넷플릭스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은 잔인한 살인을 벌인 후 스스로 이상 행동을 해 경찰에 범행을 발각당한다. “어릴 땐 ‘엄청 노력해서 살인을 숨겨 놓고 왜 저런 행동을 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살다 보니 그 주인공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이성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던 것 같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만화가이자 감독, 제작자인 연상호(46)가 한 말이다. 생각해보면 <사이비> <지옥> 등 그의 필모그래피를 차지한 여러 작품에도 이성적이지 않은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가 기획·각본으로 참여한 넷플릭스 신작 <선산>도 사회적 통념과 다른 선택을 한 이들이 겪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오는 19일 공개되는 6부작 <선산>은 작은 아버지의 유산인 선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인과 가족·마을의 비밀을 담은 드라마다. 배우 김현주가 선산을 물려받는 윤서하 교수, 류경수가 윤서하의 배 다른 동생 김영호 역으로 출연한다. 김영호의 비밀스러운 존재가 극적인 긴장감을 선사한다. 박희순과 박병은이 작은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는 경찰로 등장하는데, 두 사람의 악연인 듯한 관계가 드라마를 진행하는 다른 축이다. 최근 드라마 경향과 달리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이진 않는다. 천천히 작품에 몰입하게 하는 스타일로 6부를 모두 봐야 작품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예고편에 부적과 무당이 등장하고 묘소와 피를 비롯한 어두운 이미지로 소개되며 작품을 오컬트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실제 그런 요소는 거의 없다. 연상호는 “실사 영화에 넘어오고 처음으로 초현실 소재를 쓰지 않은 작품”이라며 “다들 오컬트라고 생각하신 것 같은데, (<선산>은) 아주 리얼한 스토리”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음산한 느낌을 준다. 연상호는 데이비드 린치의 <트윈 픽스>를 참고했다고 한다.

<선산> 의 한 장면. 넷플릭스

<선산>이라는 제목부터 많은 의미를 품고 있다. 그는 “우리가 가족에 대해 가진 통념은 사랑으로 가득 찬 긍정적인 것들이다. 그런데 ‘선산’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친척들과의 다툼을 떠올린다”며 “한국 사람들이 가족 하면 생각하는 상반된 통념이 그 단어에 들어있는 것 같아 신기했다. 가족의 민낯을 제대로 파고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부산행> 마지막에는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부성애가, <지옥> 마지막에는 아기를 구하려는 부모의 희생이 직접적으로 담겨있었다. 그의 작품에 가족이라는 이미지가 등장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번엔 그다지 긍정적인 느낌이 아니다. <선산>에서 가족은 한 사람의 불행이기도 하고 극복해야 할 생의 무게인 듯 표현된다. 다만, 결말은 ‘그럼에도 가족’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연상호는 “윤서하의 마지막 대사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모호한 감정이다. 이게 관객에게 질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옥> <정이>에 이어 함께 작업하고 있는 김현주에 대해서는 영화적 ‘동료’라고 얘기했다. 이어 “이전 작품에서 그의 (연기에 대한) 능력과 열망, 열의를 분명히 봤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익숙하지 않은 김현주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며 “민홍남 감독에게 추천했다”고 말했다. 민 감독은 연상호가 연출한 <부산행> <염력> <반도> 등에서 조감독으로 일했다.

<선산> 의 한 장면. 넷플릭스
<선산> 의 한 장면. 넷플릭스

작은 아버지의 죽음과 선산을 둘러싼 갈등의 비밀은 후반부 드라마가 전개하는 ‘반전’ 요소에 의해 해소된다. 반전이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감독이 의도한 메시지에 잘 맞는 설정인지 쉽게 납득되지는 않는다. 언론 시사 이후 반전이 충격적이라는 평도 있지만, 이 정도 설정이 시청자가 놀랄 만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케이블 장르물 채널의 비상,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과 함께 장르물을 주로 연출하는 감독으로서 그의 활동도 더욱 활발해졌다. 연상호는 다작 감독으로 손꼽힌다. 다작의 비결은 관찰, 그리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라고 한다.

그는 “올해 큰아이가 열 살이다. 아이를 낳고 취미가 없어졌다”며 “아이와 함께 잠들고 같이 일어난다. 거의 10시간 잔다. 학교를 데려다주고 바로 작업실에 앉는다. 이젠 사람들도 나를 잘 부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관찰도 한다”며 “실제 인간은 굉장히 복합적이지만, 작품에는 일부분을 쓰기 때문에, 독특한 뭔가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좋다”고 말했다.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작품 두 편을 더 공개한다. <지옥> 시즌 2, <기생수: 더 그레이>다. 4월에는 그와 최규석이 함께 쓴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계시록>의 촬영에 들어간다.

<선산> 의 한 장면. 넷플릭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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