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외고 존치, 지역선발 의무화…'사교육 유발' 논란 불가피
전임정부 일반고 전환 결정 후 5년 만에 선회
민사고 등 전국 자사고 지역인재 20% 의무화
고액 사교육 비율 일반고 3~4배…논란 불가피
[이데일리 신하영·김윤정 기자] 문재인 정부 때 폐지가 정해졌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의 존치가 확정됐다. 학생·학부모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이지만 이들 학교의 경우 고액 사교육 지출 비율이 일반고 대비 3~4배 높은 것으로 조사되면서 사교육비 증가가 우려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9년 ‘2025년 일반고 일괄 전환’을 골자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를 결정했다. 법률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면서 정권 교체 후 약 5년 만에 정책이 뒤집힌 것. 이 부총리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서도 다양한 고교 유형을 획일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정책 변화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교육부는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 과열 예방을 위해 자사고·외고·국제고의 후기 선발방식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학교가 전기(8~11월 접수) 모집으로 일반고에 앞서 우수 학생을 선점한다는 특권 논란을 개선하기 위해 후기(12월 접수) 모집으로 바꾼 정책은 그대로 두겠다는 얘기다.
특히 민사고·상산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 10곳에는 지역인재 선발 20%가 의무화된다. 전체 모집 정원의 20%는 해당 지역의 학생들도 충원토록 한 것이다. 종전에도 지역인재 선발 전형이 있었지만 ‘권고사항’에 그쳐 학교별 모집 비중이 제각각이었다. 앞으로는 모집인원이 100명이라면 20명 이상은 지역 학생들로 채워야 한다.
현재 전국단위로 학생을 뽑는 10개교(전국단위 자사고)의 지역인재 선발 비율은 2024학년도 기준 평균 32.5%다. 권고 사항임에도 10곳 중 6곳이 20% 이상을 지역인재로 뽑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역에선 지역인재 20% 이상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 횡성 소재 민사고가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지역인재 선발 20%’를 충족하지 못한 학교에 대해 자사고 성과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연석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전국 단위 자사고가 해당 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에 기여하도록 지역인재 선발을 의무화한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원조 자사고(구 자립형사립고)’로 불리는 하나고·현대청운고 등 6개교에는 ‘사회통합전형 선발 20%’가 의무화된다. 자사고 존치를 결정한 만큼 학생 선발에서 저소득층 등 사회취약계층을 배려하란 의미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 결정은 이미 작년 6월 교육부가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 예고됐던 것이다. 하지만 사교육비가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전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강득구 의원실과 공동 발표한 사교육 실태조사 결과 월 150만원 이상 고액 사교육비 지출 비율은 자사고가 일반고(7.1%) 대비 4배(29%), 외고·국제고가 3배(21.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육부가 2028학년도 대입 개편을 통해 고교 내신 등급을 현행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완화키로 하면서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입시에서 유리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교 내신도 완화될 예정이라 자사고·외고·국제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이들 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도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구 자립형사립고 6곳의 사회통합전형 20% 의무화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정권이 바뀌자 중요한 교육정책에 손을 댄다는 오년지소계 논란의 소지는 있다”고 했다. 100년 앞을 내다보고 세우는 교육정책이 아니라 정권에 따라 자사고·특목고 존·폐가 흔들리는 관행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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