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선거 끝···주요국 선거 본격화에 ‘폴리코노미’의 해 실감나네
대만 총통 선거가 끝나고, 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는 등 전세계 ‘선거의 해’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중 갈등은 지속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쉽게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적 문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절대적으로 커지는 상황이어서 ‘폴리코노미(policonomy, 경제가 정치의 영향을 받는 현상)’가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대외변수에 민감한 한국 경제로서는 전세계에서 1년 내내 펼쳐질 선거 결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중요해졌다.
올해 전세계의 인구의 약 40%가 투표권을 행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가장 먼저 결과를 확인한 나라는 대만이었다. 대만은 지난 13일 총통선거를 치러 민주진보당 라이칭서 후보가 재집권에 성공하고, 입법원에서는 야당이 국민당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이번 대만 선거가 미·중의 대리전 성격을 보인 만큼 관심이 높았는데 총통과 입법원에서 양측이 묘하게 균형을 맞춤 셈이다.
시장이나 분석기관에서는 대만 선거 결과가 당장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대만 내 친미 세력과 친중 세력이 팽팽한 구도를 만들면서 대만에 대한 미·중의 견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에는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백진규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대만이 글로벌 공급망 다각화 등을 위해 노력하면서 한국도 일부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만이 미국은 물론 한국,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협력 기회가 더욱 늘어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유사시 중국, 대만간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경제적 손실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전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국가의 선거도 줄줄이 대기중이다. 3월에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각각 대선을 치르고, 4월에는 한국 총선이 예정돼있다. 5월에는 인도 대선이 기다리고 있는데 나렌드라 모디 현 총리의 집권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인도의 경우 지난해 인구 수 세계 1위 국가에 오른 데다, 최근 외국 투자 및 경제성장률이 양호한 상황이다. 특히 전세계 제조업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의 입지가 약화된 뒤, 가장 떠오르는 대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유럽의회는 6월 총선을 치르고, 낮은 지지율로 애를 먹고 있는 일본 기시다 총리도 오는 10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있다.
전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11월 열릴 미국 대선이다.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전세계 외교·안보 질서, 무역구조 및 경제 질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번 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미국의 정치·경제 정책 대부분이 방향을 크게 바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고, 러시아와도 친밀한 행보를 보여왔다.
교보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자국 이기주의와 블록화 현상이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는 점 역시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국가마다 물가 압력 정도와 국가의 재정지원 여력이 상이한 만큼 올해 경제회복 속도는 국가별로 차별화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결국 국가들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는 등 정치·경제적 리스크를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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