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 무궁무진"…수천억 들여 바이오 진출하는 전통기업들
기존 산업의 성장성 한계 부딪쳐… 바이오는 성장성 무궁무진
CDMO 넘어서 직접 신약 R&D 진출 긍정적… 항앙제·비만약 등 성장성 커
바이오산업과 무관했던 기업들이 연초부터 바이오산업으로 적극적인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OCI와 한미는 지금까지 산업계에선 볼 수 없었던 그룹 간 통합으로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시도한다. 제과가 주력인 오리온은 국내 바이오텍을 인수해 본격적인 항암제 개발에 나섰다. 2027년 시장 규모 2600조원에 다다를 제약·바이오 산업은 이젠 유망 분야가 아니라 놓쳐선 안 될 대세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제과 회사 오리온은 전날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를 약 55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12일 화학·소재 기업 OCI그룹이 한미그룹과의 합병을 발표한 지 사흘 만에 나온 소식이었다.
오리온의 바이오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0년 전부터 바이오를 신산업으로 주목해 꾸준히 준비했다. 재작년 11월 오리온바이오로직스 설립해 난치성 치과 질환 치료제 개발·판매에 나섰다. 이번에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항암제 영역에도 진출했다.
OCI홀딩스는 재작년 부광약품에 1461억원을 투자해 최대 주주가 됐다. 부광약품은 한해 약 2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중견 제약사다. 하지만 이번 한미그룹과의 통합은 차원이 다르다. 한미약품은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리는 국내 톱5 제약사다. OCI그룹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바이오산업을 위해 전례를 찾기 어려운 빅딜을 이뤘다.
비(非) 바이오 회사들의 바이오산업 진출에는 이유가 있다. OCI그룹이 영위하는 화학·소재 산업은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의 공세로 곧 성장에 한계가 온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바이오산업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해질수록 생명 연장과 노화에 대한 관심은 커지기 때문이다. "바이오는 결코 죽지 않는다"는 업계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오리온그룹도 주력 산업을 제과에서 바이오·간편대용식·음료로 확장했다.
이번 OCI와 오리온의 바이오 진출이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이 아니라 신약 R&D(연구·개발) 영역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앞서 삼성·롯데 등 굴지의 대기업들도 바이오산업에 뛰어들었지만 CDMO 사업이 중심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대표적이다. CDMO가 신약 개발 사업보다 상대적으로 진입하기가 쉽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ADC(항체·약물접합제) 등 현재 글로벌 트렌드의 항암제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OCI는 한미약품이 보유한 당뇨·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개발해 세계적인 신약을 탄생시키겠다고 했다. 한미약품은 현재 한국형 비만약을 개발하기 위해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15일 첫 환자 등록을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바이오 기업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나뉜다"며 "바이오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대기업으로선 다양한 사업 영역과 비즈니스 모델에 접근할 수 있고, 투자받는 회사도 재무 상태를 안정화해 신약 개발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종(異種) 산업의 결합이 시너지를 낼지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OCI나 오리온도 바이오산업의 문법을 내재화해야 하고, 서로 다른 산업의 두 기업이 화학적으로 결합할 때까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글로벌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7년 1조9670억달러(약 2600조원)에 달한다. 항암제 시장은 연평균 13~16% 상승해 같은 해 3770억달러(약 5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 기관 이밸류에이트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은 세마글루티드 성분의 비만약이다. 예상 매출이 280억달러(약 37조원)이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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