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서전 예산 집행해라” vs “집행 방식 바꿀 것”…갈등 깊어지는 출판협회와 문체부
대한출판문화협회와 정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출판협회는 서울국제도서전 관련 예산 집행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정부가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고 성토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8월 서울국제도서전 회계 보고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했다며 윤철호 출판협회 회장과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를 경찰에 수사 의뢰한 뒤로, 예산 집행 형식을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출판협회와 정부가 소통하지 않고 평행선만 걷는다면 서울국제도서전 등 행사가 축소될 수도 있다.
출판협회는 16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 강당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4 서울국제도서전과 부산국제어린이도서전 개최 등 새해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6월 개최되는 서울국제도서전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주빈국으로 정했으며, 주제는 ‘후이늠’이다. 후이늠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온 넷째 국가명으로 의심과 불신, 거짓말, 전쟁 같은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 국가다. 출판협회는 전쟁이 지속되는 세계에서 우리의 미래를 고민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 11월에는 제1회 부산국제어린이도서전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윤철호 출판협회 회장과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 등은 이날 서울국제도서전의 예산 집행을 하지 않는 문체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출판협회가 매년 주최하는 행사로 일부 정부 지원을 받는다. 출판협회는 정부가 지난해 경찰 수사 의뢰를 핑계로 도서전에서 정부 지원 몫인 6억~7억원가량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 교류 관련 2억원가량의 예산도 집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출판협회는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며 감사원에서는 비용을 다시 계산하라고만 한 상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우리가 돈을 빼돌린 게 아니다. 비용 계산하는 데 회계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경찰 조사는 제가 한번 받은 이후에 아무런 말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문체부는 아무런 답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인촌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면담을 요청했지만 답이 없다. 장관은 문화계 모든 분야와 만나면서 출판계하고는 만나지 않고 있다”며 “예산 집행을 안 하면 실제 피해를 보는 건 출판계와 독자들”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정부 지원과 상관없이 서울국제도서전이나 해외주빈국 행사까지 일단은 차질 없이 능력껏 진행할 수 있을 만큼 할 것”이라며 “볼로냐 도서전 등 해외 도서전도 출판사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배포해 출판협회의 주장을 반박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서울국제도서전 지원과 관련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출판협회에서 직접 집행하는 것은 곤란하므로, 합리적인 집행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 집행을 하겠지만 예년 방식과는 달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해외 도서전의 주빈국 참가도 형태를 바꾸겠다고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해외 도서전 주빈국 참가는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고 출판협회와 한국문학번역원이 함께하는 형태로 개선해 공공부문에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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