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중대재해법 유예 요청…민주당, ‘산안청·예산 2조’로 맞불
더불어민주당, 추가 논의 전제 조건으로
산안보건청 설립, 산재예방 예산 2조 제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50인 미만 사업장 산재예방 예산 2조원 확보 등을 논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당장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현장의 영세기업들은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는 심정이라고 한다”라며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겨우 열흘 남짓 길지 않은 시간이다. 현장의 어려움에 한 번만 더 귀 기울여달라”고 했다.
민주당은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적용을 준비하고 영세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해왔어야 할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민주당은 두 가지 전제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논의할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은 우선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제출을 요구했다.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해 전문성·독립성을 강화한 것처럼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도 독립적 규제기관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노동부는 그간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민주당은 또 올해 50인 미만 사업장 산재예방 직접 예산 1조2000억원을 2조원 이상으로 증액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런 전제조건이 총족된다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법안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여당의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된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중대재해법이 전면 시행되는 27일까지 정부가 민주당이 제시한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추가 논의는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윤 대통령의 중대재해법 유예 요청을 비판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대통령이 중소기업 존속을 거론하면서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거의 협박 수준의 발언을 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죽어서 유지되는 기업이라면 존속할 이유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계속 논의 여지를 남기는 민주당을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민주당은 중대재해법 유예 논의를 즉각 중단하지 않고, 조건부 합의를 운운하며 지지부진하게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사실상 중대재해법 개악 시도의 공범”이라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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