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동 잘려 휑… ‘木숨’ 다한 여주 강천섬

유진동 기자 2024. 1. 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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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된 나무 수백그루… 선별작업 없이 무차별 벌목
여주시 “쓰레기 걸림, 강물 흐름 영향줄 수 있어 불가피”
여주시가 강천섬 내 10~20년 된 느티나무와 아까시나무 수백그루를 선별없이 모두 벌목해 주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사진은 16일 오전 강천섬의 밑동만 남은 나무들. 김시범기자

 

여주시가 수천만원을 들여 강천면 강천리 강천섬 내 10~20년 된 느티나무와 아까시 나무 수백그루를 벌목해 주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16일 여주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강천면 강천리 강천섬 느티나무와 아까시 나무 수백그루가 베어져 강변에 버려진 채 방치되고 있다.

또 강천섬과 연결된 강천리와 굴암리 바위늪구비부터 굴암교까지 남한강변에는 직경 20㎝ 이상 되는 나무들이 밑동이 잘린 채 수십t 가량 쌓여 있다.

남한강변에 위치한 강천섬은 57만1천㎡에 잔디광장 등이 조성돼 여주 주민은 물론 자전거를 이용해 여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놀이터로 주목받는 관광명소다.

여주시가 강천섬에서 자라고 있는 버드나무 등을 무분별하게 벌목해 강변에 쌓아 놓고 있다. 유진동기자

시는 공개입찰(지난해 국가하천 강천섬 지장수목 제거사업)로 4천554만5천원에 A업체를 선정해 벌목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시는 이 사업을 시행하면서 벌목업체에 선별적으로 벌목하도록 지침을 알리지 않아 수십년된 느티나무 등도 모두 베어 버렸다.

주민 B씨(65·여주시 강천면)는 “A업체는 군사작전을 벌이는 것처럼 강천섬 둘레의 수십년 된 나무들을 무분별하게 베어냈다”며 “보존해야 할 수형이 좋은 나무를 왜 한꺼번에 살처분하 듯 모조리 잘라냈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벌목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 C씨(용인시)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최근에는 탄소흡수 기능유지 등 생태계 보호와 친환경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벌채구역의 10% 이상을 남겨둔다”며 “나무의 종류와 상태 등을 살펴 선별해 벌채와 가지치기 등으로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탄소중립을 위한 탄소흡수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수령의 나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다”며 “버드나무와 아까시, 뽕나무 등 수령이 10년에서 20년 전후 나무들이 무분별하게 벌목돼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여주시 하천과 관계자는 “지난 수해 때 굴암교 쪽과 본류의 많은 나무가 전도돼 비닐 등 각종 쓰레기가 걸리면서 흉물이라는 민원이 많았다”며 “나무가 강물에 쓰러져 강물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베어 내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유진동 기자 jdyu@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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