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원하는데 시간만 흘렀다…‘화룡정점’ 오승환 FA 계약의 오해와 진실[스경X이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선언한 오승환(42)과 삼성의 평행선이 드디어 합의점을 찾았다.
삼성은 16일 오승환과의 FA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구단은 “오승환은 2년간 계약금 10억원, 연봉 합계 12억원(4억+8억) 등 총액 22억원의 조건에 사인했다”고 밝혔다.
오승환은 2023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선언했다. 자유의 몸이 됐지만 오승환은 이미 행선지를 결정한 상태였다. 일찌감치 삼성에 잔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 역시 “오승환은 삼성에 필요한 선수”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오승환과의 최종 계약은 쉽사리 성사되지 않았다.
그 사이 삼성은 불펜 보강에 집중했다.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외부 FA 자원이었던 김재윤을 4년 총액 58억원에 영입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도 좌완 최성훈과 언더핸드 투수 양현을 데리고 왔고 NC에서 방출된 이민호도 영입했다. 지난 5일에는 또 다른 외부 FA인 불펜 투수 임창민을 2년 총액 8억원에 계약했다.
이런 행보를 보이는 동안 오승환의 계약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다.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다는 건 양측의 입장 차가 있다는 것과 같았다.
삼성으로서는 샐러리캡 고민이 있었다. KBO가 지난해 12월20일 발표한 2023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의 합계 금액을 보면 삼성은 9억원의 여유가 있었다. 외부 FA 영입 등으로 빠듯한 상황이었다.
오승환으로서는 가능하면 오래 마운드를 지키고픈 마음이 컸다. 오승환은 1982년생으로 팀내 최고참은 물론 리그 최고참이 됐다. 그의 동기들은 대부분 은퇴를 했고 SSG 추신수도 2024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오승환은 여전히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고픈 마음이 적지 않았다. 오승환은 2020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나는 나이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승환은 삼성의 왕조 시절을 구축했을 때만큼의 기량은 아니지만 아직도 정상급 마무리로 활약 중이다. 지난해 전반기에는 구위를 찾기 위해 선발로 등판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후반기에는 32경기에서 20세이브 평균자책 2.20을 기록하는 등 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협상 기간이 길어지면서 ‘돈에 욕심이 많은 것 아닌가’라는 시선이 생기며 오승환은 적지 않게 비난을 받았다. 오승환은 적지 않게 마음고생을 했다는 후문이다.
꽤 오랜 시간을 흘려보낸 후 드디어 양측의 합의점을 찾았다.
이종열 삼성 단장은 전화통화에서 “오승환이 구단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했고 서로 좋게 계약이 마무리가 됐다”라며 “계약이 늘어진 부분이 있었지만 좋은 상황으로 갔다. 이제는 오승환의 시간이다”라고 밝혔다.
계약을 마친 오승환은 새 시즌을 향한 준비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오승환은 지난해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와 KBO 리그 최초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했다. 이제 그가 올리는 세이브 하나 하나가 새 역사가 된다.
삼성으로서는 가장 취약점이었던 불펜을 완벽하게 보강하게 됐다. 지난 시즌 삼성의 불펜 평균자책은 5.16으로 최하위였다.
김재윤, 임창민은 이전 소속팀에서 모두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여기에 삼성의 뒷문을 지킨 오승환까지 앉히면서 사실상 세 명의 마무리 투수를 보유하게 됐다.
이종열 단장은 “이제 경기 후반부에 해볼수 있을만큼은 됐다”라며 만족해했다. 그러면서 오승환의 영입에 대해서는 “올시즌 투수진 구성의 화룡정점”이라고 칭했다.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과 기존 젊은 선수들의 조화를 통해서 시너지 효과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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