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트레이드설, 김하성을 둘러싼 샌디에이고의 고민

윤은용 기자 2024. 1. 16. 16:1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하성. 게티이미지코리아



트레이드냐, 잔류냐. 요즘 샌디에이고를 바라보는 한국 야구 팬들의 관심은 오로지 하나, 김하성(28)의 미래다. 트레이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쉽게 놓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몇 년간 팀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 목표는 오직 하나, LA 다저스를 넘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이 최강자가 되고 나아가 염원하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특히 2023년 시즌을 앞두고는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잰더 보가츠(11년 2억800만 달러)를 잡은데 이어 매니 마차도(11년 3억5000만 달러), 제이크 크로넨워스(7년 8000만 달러), 로버트 수아레스(5년 4600만 달러), 다르빗슈 유(6년 1억800만 달러)와 연장계약을 하는 등 9억 달러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했다. 오프시즌에 샌디에이고보다 더 많은 돈을 쓴 팀은 없었다.

투자는 곧 흥행으로 이어졌다. 샌디에이고는 이번 시즌 327만1554명의 관중을 동원하는데 성공,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올랐다. 오직 다저스(383만7079명)만이 샌디에이고보다 더 많은 관중을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김하성. 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성적은 흥행에 반비례했다. 시즌 내내 투타의 엇박자가 이어진 끝에 82승80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가을 야구를 TV로 지켜봐야 했다.

시즌 후 샌디에이고에는 찬바람이 불어닥쳤다. 지난해 5월 전담 중계방송사인 밸리 스포츠의 소유주 다이아몬드 스포츠 그룹이 파산을 선언하면서 중계권료를 받지 못하게 돼 계약을 파기했고, 그 과정에서 재정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스몰마켓인 샌디에이고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던 구단주 피터 사이들러가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나면서 투자의 동력이 완전히 상실됐다. 지난해 말 5000만 달러를 대출 받은 사실이 세상에 알려져 재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샌디에이고는 결국 2024년 긴축 모드에 들어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기존 2억5000만 달러의 팀 페이롤(총연봉)을 2억 달러 정도로 낮추려고 한다.

김하성의 트레이드설도 결국 이 재정 문제에서 출발한다. 김하성은 202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맺은 4년 2800만 달러 계약이 올해를 끝으로 종료된다. 2025년 자신과 구단이 모두 원해야 행사되는 상호 옵션이 있긴 한데, 2023년 최고의 시즌을 보낸 김하성이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일각에서는 김하성을 지난해 FA로 시카고 컵스와 7년 1억7700만 달러에 계약한 댄스비 스완슨과 비교해 최대 총액이 1억5000만 달러를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하성. 게티이미지코리아



어차피 잡을 수 없는 선수라면, 가치가 절정에 달했을 때 트레이드하는 것이 스포츠 시장의 기본 원리다. 특히 김하성은 한 포지션만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 2루수, 유격수, 3루수를 두루 소화하는 유틸리티 자원이다. 과거와는 다르게 유틸리티 자원에 대한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특히 수요가 적은 내야 유틸리티 자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이적 시장 소식을 전하는 MLB트레이드루머스(MLBTR)는 김하성을 원하는 팀이 최소 메이저리그 30개 팀의 절반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샌디에이고는 FA로 풀린 블레이크 스넬을 사실상 잡을 수 없는데다 세스 루고, 마이클 와카(이상 캔자스시티), 닉 마르티네스(신시내티) 등도 이적을 완료한 상황에서 선발 로테이션에 다르빗슈와 닉 머스그로브, 두 명의 투수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김하성을 이용해 좋은 선발 투수를 데려올 수도 있다. 김하성 올해 연봉은 800만 달러로, 김하성을 데려가는 팀은 저렴한 가격에 그를 쓸 수 있는데다 시즌 후 김하성이 FA를 신청하면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해 김하성이 이적할 경우 드래프트 픽을 보상으로 챙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의 트레이드를 실제로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김하성의 가치가 워낙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트레이드하는 대신 충분한 대가를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MLB닷컴은 16일 김하성의 트레이드설을 조명하며 “샌디에이고가 상당한 대가를 얻지 못하면 거래는 불가능하다. 트레이드 제안을 듣는건 나쁘지 않으나, 김하성의 엄청난 가치를 고려하면 기준은 매우 높게 설정되어야 한다. FA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임팩트 있는 선수를 요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다수 구단들이 유망한 선수들에게 FA가 오기전 장기계약을 선사해 일찌감치 묶어두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개 가까운 홈런에 많은 도루, 그리고 골드글러브급 수비를 가진 선수와 비교될 수 있는 선수가 많은 것도 아니다. 여기에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3루수 마차도가 이번 시즌을 지명타자로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김하성을 보내면 내야에 큰 구멍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라는 것이다. 가뜩이나 지난 시즌의 실패에 실망하고, 이번 오프시즌 샌디에이고의 행보를 못마땅하게 보고 있는 샌디에이고 팬들 입장에서 김하성까지 떠나간다면 그 후폭풍은 상상할 수 없을만큼 클 수 있다. 또 김하성을 통해 한국 마케팅에서도 많은 재미를 봤는데 이 또한 허무하게 끝날 수 있다.

샌디에이고는 오는 3월21~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다저스와 메이저리그 개막 2연전을 치른다. 이 2연전에서 김하성이 차지하는 부분이 큰 만큼, 시즌 전에 트레이드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하지만 어쨌든 FA를 앞둔 마지막 시즌, 김하성은 이를 악물고 뛸 것이다. 그리고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샌디에이고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 갈 것이다.

김하성(왼쪽)과 매니 마차도. 게티이미지코리아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