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2억' 돈방석 앉은 빅리거 제조기 키움…강정호→박병호→김하성→이정후, 이제는 김혜성 차례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최다 메이저리거 배출 구단'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에서 또 한 명의 빅리거가 탄생할 조짐이다. 2024시즌이 종료된 후 김혜성이 도전장을 내밀기로 결정했다.
키움은 16일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며 "김혜성은 이날 오전 고형욱 단장과 면담에서 이번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했다. 구단은 내부 논의를 통해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힌 선수의 의지와 뜻을 존중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키움은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메이저리거를 배출한 구단으로 손꼽히고 있다. 스타트를 끊은 것은 '악마의 재능'이라고 불리는 강정호였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현대 유니콘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강정호는 지난 2014시즌 유격수로 40개의 홈런포를 터뜨리는 등 KBO리그 통산 902경기에서 916안타 139홈런 545타점 타율 0.298의 성적을 남긴 뒤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4+1년 1650만 달러(약 220억원)의 계약을 맺은 강정호는 '친정' 키움에 500만 2015달러(약 66억원)의 포스팅 비용을 안겼다. 강정호는 데뷔 첫 시즌부터 15개의 아치를 그리는 등 OPS 0.816을 마크, 이듬해 21홈런 OPS 0.867로 활약하며 KBO리그 출신 내야수도 빅릭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등 4시즌 동안 297경기에 출전해 233안타 46홈런 타율 0.254 OPS 0.796의 성적을 남겼다.
강정호가 데뷔 첫 시즌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자 기세를 몰아 박병호(現 KT 위즈) 또한 메이저리그행을 택했다. 특히 박병호는 2014년 52홈런, 2025시즌에는 53개의 대포를 터뜨리는 등 세 시즌 연속 OPS 1.000이 넘는 성적을 거둔 후 당당히 빅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미네소타 트윈스와 4년 1200만 달러(약 160억원)의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특히 강정호와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당시에는 가장 높은 포스팅 금액을 입찰했던 팀만이 선수와 협상이 가능했다. 이로 인해 2년 연속 50홈런의 고지를 밟은 박병호와 협상권을 따내기 위해 구단들 간의 경쟁이 붙게 됐고, 키움은 포스팅 금액으로만 1285만 달러(약 171억원)을 받으면서 박병호의 계약 규모보다 더 큰 액수를 품에 안았다.
세 번째 주자는 김하성이었다. 김하성 또한 강정호와 마찬가지로 유격수로서 30홈런의 고지를 밟는 등 KBO리그에서 7시즌 동안 891경기에 출전해 940안타 133홈런 575타점 타율 0.294로 활약한 뒤 2021시즌에 앞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1년 3900만 달러(약 519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김하성의 경우 강정호, 박병호 때와는 달리 빅리그 30개 구단 모두가 김하성과 협상을 할 수 있는 반면, 보장금액에 따라 포스팅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따라서 키움은 552만 5000달러(약 74억원)를 손에 넣었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KBO 출신 야수들의 편견을 깨자, 다음 바통을 이정후가 이어받았다. 이정후는 이번 오프시즌 샌프란스시코 자이언츠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05억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이에 키움은 1882만 5000달러(약 251억원)의 돈방석에 앉았다. 네 명의 메이저리거를 배출하면서 가장 많은 빅리거를 만들어낸 키움에서 2024-2025년 오프시즌에는 또 한 명이 태평양을 건넌다. 이번엔 김혜성이다.
김하성에 이어 이정후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된 가운데 김혜성은 취재진과 인터뷰 때마다 빅리그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 때마다 김혜성은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는데, 이날 고형욱 단장과 면담을 통해 공식적으로 진출 의사를 드러냈다. 그리고 키움이 이를 허락하면서 2024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됐다.
김혜성의 장점은 확실하다. 김하성에 비해 '한 방' 장타력은 부족한 편이지만, 7시즌 동안 통산 도루가 181개로 폭발적인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지난해부터 피치클락이 도입됐고, 투수들이 주자를 견제할 수 있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도루 갯수에 대한 가치는 떨어졌지만, 반대로 빠른 발을 지닌 선수들의 가치가 폭등했다. 이는 분명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할 만한 부문이다.
또한 김혜성은 김하성과 마찬가지로 '센터 내야수'로 유격수와 2루수 소화가 모두 가능하다. 어려운 타구를 처리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쉬운 타구에서 잦은 실책을 범했던 탓에 현재는 2루수를 맡고 있으나, 이 약점만 보완이 된다면 김하성이 골드글러브를 품는 등 KBO리그 출신 내야수의 가치를 드높인 만큼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아직 뚜껑을 열어본 것도 아니고, 이제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하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최근 아시아에서 빅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선수들 중 '낙동강 오리알'이 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때문에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입성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김혜성이 빅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으면 키움은 최다 메이저리거 배출 구단으로서 인원을 5명째로 늘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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