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국산 바이오플랫폼…'기술수출→자체품목' 무게중심 이동

정기종 기자 2024. 1. 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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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수출 합계 16조원' 대표 바이오 플랫폼 기업 레고켐바이오·알테오젠
레고켐바이오, 새 최대주주 오리온 통해 실탄 7000억 확보…"매년 4~5개 신약 후보 도출"
알테오젠, 첫 자체품목 테르가제 허가 임박…아일리아 시밀러도 상반기 내 임상 완료


국산 바이오 기술수출을 주도해 온 플랫폼 기업들이 자체 품목 성과 도출에 속도를 낸다. 각 사별 플랫폼 기술로 기술수출 성과를 누적해 왔지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체 품목 개발사로의 진화는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16일 각 사에 따르면 레고켐바이오와 알테오젠은 최근 지분거래를 통해 자체 품목 개발 기반을 다지거나 허가가 임박하는 등 기술수출 외 성과 도출에 힘을 싣고 있다.

양사는 국내 바이오 업계를 대표하는 플랫폼 기술 보유사다. 레고켐바이오는 최근 차세대 항암신약 분야로 떠오른 항체-약물접합체(ADC), 알테오제는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꾸는 고유 플랫폼 기술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기술수출 성과도 화려하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2015년 중국 푸싱제약과 첫 계약 체결 이후 총 13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누적 계약 규모만 8조7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말 얀센과의 계약은 단일 물질 기준 국내 최대규모(2조2000억원) 기록을 달성했다.

알테오젠은 지난 2019년 이후 4년 연속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총 계약건수는 레고켐바이오의 절반 이하인 4건에 불과하지만, 총 계약규모는 약 7조원으로 순도가 높은 편이다. 합계 매출이 700억원도 되지 않는 두 기업이 16조원에 달하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다만 자체 개발 품목 상업화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양사 모두 해당 분야에 대한 갈증이 존재했다. 기술수출의 경우 계약금과 임상 진전 등에 따라 기술료를 지급 받을 수 있지만, 현금 유입 지속성이 부족하다. 상업화 이후 받게되는 로열티 역시 자체 품목 대비 수익성은 턱없이 낮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양사는 고유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자체 품목 개발을 동시에 진행해왔다. 하지만 한정된 바이오벤처의 인력과 재원으로 자체 개발과 기술수출 비즈니스를 동시에 신경써야 한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지극히 낮을 확률을 뚫어야 하는 신약 개발에 대한 몰입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요소다.

이에 양사는 각 사별 전략을 통해 최근 자체품목 개발 경쟁력을 끌어 올린 상태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15일 제3자 배정 유자증자 및 구주매각을 통해 최대주주가 오리온으로 변경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바이오사업 진출 확장을 모색하던 오리온과 안정적 재원을 구축한 대주주를 찾던 레고켐바이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특히 오리온이 김용주 대표를 비롯한 기존 경영진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기로 한 만큼, 큰 폭의 전략 수정 역시 필요하지 않다. 김용주 대표가 "오리온은 ADC 분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지분거래로 7000억원 규모의 실탄을 보유하게 된 레고켐바이오는 향후 자체 신약개발에 한층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레고켐바이오는 현재 주요 자체 신약 후보물질로 △LCB97(고형암) △LCB41A(고형암, 혈액암) △LCB02A(고형암, 혈액암) △미공개 1종 등 4개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해당 품목 모두 올해 말에서 내년 초까지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한다는 목표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자체 신약 개발에 좀 더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올해 신약 후보물질 3개 도출을 비롯해 매년 4~5개 물질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테오젠은 첫 자체 품목의 허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제형변경 플랫폼의 핵심인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단독제품 '테르가제'가 주인공이다. 지난해 2월 국내 품목허가 신청 후 이달 초 제조시설 실사까지 마친 상태로 1분기 내 허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히알루로니다제는 히알루론산 필터 부작용 치료나 안과 수술 보조제, 통증 완화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현재 국내시장엔 동물유래 히알루로니다제 제품만 존재하는데 동물 장기로부터 추출하는 탓에 순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테르가제는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고순도 제품이라는 강점이 있다.

알테오젠은 테르가제 허가 및 출시 이후 오는 2030년까지 매출액 1000억원 품목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안정적 매출 기반이 확보되는 만큼, 추가 자체 품목 개발을 위한 지속성도 한층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진행 중인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ALT-L9'의 글로벌 임상 3상 역시 상반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아일리아는 지난해 매출액이 12조원에 달하는 리제네론의 황반변성 치료제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테르가제가 허가를 획득한다면 판매까지 3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쳐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일리아 역시 임상 종료 및 허가 절차를 거쳐 유럽 특허가 만료되는 내년에 맞춰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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