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산업 속속 뛰어드는 K-바이오…자금난 해소 마중물 될까
2031년 약 103조원 전망
인체용 신약 개발 캐시카우 기대
티스템·지엔티파마 등 도전장
제약·바이오업계 자금난이 장기화되면서 이를 극복할 전략으로 반려동물산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체용 신약후보 물질을 동물용 의약품으로 먼저 개발해 매출을 내거나 인체용과 동물용 의약품을 동시 개발하는 식이다. 동물용 의약품은 비교적 손쉽게 개발해 판매할 수 있어 인체용 의약품 임상 자금조달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분석이다.
○관절염 치료제부터 항암제까지
골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티스템은 반려동물용인 ‘티스템 조인트펫’을 2022년 먼저 출시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종근당 계열사인 경보제약에서 독점 판매 중이다. 티스템 관계자는 “같은 물질을 두 가지 버전으로 판매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말했다. 돈이 많이 드는 인체용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동물용 의약품을 캐시카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티스템 조인트펫은 지난해 하반기 본격 판매를 시작해 아직 매출이 크지 않지만 향후 수출 등으로 판매 지역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일본 시장과 먼저 접촉하고 있다. 티스템 관계자는 “전 세계 동물용 의약품 시장에서 한국 시장의 비중은 5% 정도로 20배 넓은 시장이 있는 셈”이라며 “골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는 비슷한 제품이 없어 수출이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셀바이오는 동물전용 면역항암제인 박스루킨-15를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규제기관에 승인을 신청해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인체용 의약품은 여러 단계의 까다로운 임상을 거쳐야 해 상용화까지 막대한 자금과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개발해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반려동물용 면역항암제를 함께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셀바이오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품목허가를 받는 대로 박스루킨-15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반려동물 면역기능보조제 ‘골드뮨’과 박스루킨-15의 매출을 토대로 인체용 면역세포치료제 개발과 사업화 속도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이다.
지엔티파마는 ‘동물 버전 알츠하이머병’으로 알려진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치료제 ‘제다큐어’를 출시했다.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 질환 신약으로 개발 중인 ‘크리스데살라진’ 성분을 동물용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2022년 2월 동물용 의약품 합성신약 허가를 받아 유한양행이 공급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2023년 전국 동물병원 1800여 곳으로 판매처를 확대하는 등 시장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엔티파마는 크리스데살라진 성분을 인체용의약품으로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어려운 시장에서 ‘비상발전기’ 역할
반려동물 가구가 증가하면서 관련 의약품 시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 동물용 의약품 시장은 2021년 기준 약 39조원으로, 2031년까지 약 10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동물용 의약품 시장 규모는 1조4313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성장했다.
인체용 신약 개발 임상을 진행하려면 최소 수백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바이오 분야에서 동물용 의약품 매출이 기업 운영을 위한 비상발전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인체용 의약품과 동물용 의약품을 함께 개발하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임상 단계에서 개로 실험한 경우 동물용 의약품으로선 이미 임상이 증명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인체용 의약품 제조 시설에서 동물용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규제 기준이 완화됐다. 인체용 의약품을 개발하는 바이오기업이 별도의 시설 투자 없이 동물용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해양수산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시설기준령 개정으로 인체용 의약품 업계가 반려동물용 의약품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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