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비아, 이스라엘 편 드는 독일 비판 “역사에서 뭘 배웠나”
“독일, 이스라엘 지지는 끔찍한 결정”
학살 피해 배상 문제 놓고 8년 넘게 이견
독일이 인종학살(제노사이드)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된 이스라엘을 지지하기로 하자 나미비아가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나미비아는 1900년대 초 독일 식민지였던 시절 독일로부터 인종학살 피해를 입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하게 게인고브 나미비아 대통령은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독일은 ICJ에서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점령지의 무고한 시민들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저지른 이스라엘을 방어하기로 결정했다”며 “우리는 도덕적으로 옳은 문제제기를 거부한 독일의 끔찍한 결정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독일은 ICJ 공개 심리가 열린 지난 12일 이스라엘을 제소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주장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유엔 제노사이드 방지 협약을 정치 도구화하는 것이라며 “결연하고 명백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제3자로서 ICJ 재판에 개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게인고브 대통령은 독일의 이같은 결정이 가자지구에서 2만3000명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망하고 인구의 85%가 식량과 필수 서비스 부족에 시달리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독일은 끔찍한 역사적 사실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이 이스라엘을 위해 ICJ 재판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한 날은 ‘나미비아·독일 전쟁’, ‘독일·헤레로 전쟁’으로 불리는 나미비아 반식민지 봉기 120주년이 되는 날이다.
독일은 나미비아를 식민지배 중이던 1904~1908년 헤레로족과 나마족이 강압적 통치에 반발해 봉기하자 수만명을 학살했다. 살아서 붙잡힌 이들은 수용소에 갇혀 노예 노동을 해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굶주림과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까지 합하면 사망자는 최소 7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20세기 첫 제노사이드로 불린다.
독일과 나미비아는 2015년부터 학살 배상 문제를 논의해 왔다. 독일은 2021년 학살 사실을 인정하고 이들 부족의 후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나미비아 개발을 위해 30년간 11억 유로(약 1조5000억원)를 내놓기로 했다.
그러나 독일이 피해 후손 부족장과 제대로 논의 없이 이같은 합의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으며, ‘배상’이란 표현을 거부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지원금도 1952년 이후 유대인에게 홀로코스트에 대한 배상으로 71억유로를 지급한 것과 견줘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게인고브 대통령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저지르는 제노사이드는 홀로코스트와 맞먹는다”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와 나미비아 대량학살 사죄, 유엔 제노사이드 협약에 대한 헌신은 양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https://m.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008131807001#c2b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1121901001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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