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골’ 이강인, 국대 에이스 발돋움…스페인 매체 “메시 생각나” 극찬[도하NOW]
흔들리던 상황에서 달아나는 득점
경기 흐름 단번에 바꾸며 주연으로
무서운 상승세, 우승 가는 길 ‘희망’
한국 남자 축구의 떠오르는 별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카타르 아시안컵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멀티 골 활약을 펼치며 축구 인생에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차세대 에이스로 불리던 그는 이제 현시점 에이스로 거듭났다.
이강인은 15일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E조 1차전에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후반에만 2골을 넣으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1-1 동점에 바레인의 날카로운 역습으로 흔들리던 상황에서 달아나는 득점으로 경기 흐름을 단번에 바꿨다.
득점 장면은 한 마디로 예술이었다. 후반 11분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의 스루패스를 받아 왼발 감아 차기 중거리 슈팅으로 2-1 스코어를 만들었다. 상대 골키퍼가 손 쓸 새 없이 골대 안쪽을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후반 24분에도 황인범(28·즈베즈다)의 패스를 받은 뒤 단 한 번의 페인팅으로 수비를 벗겨낸 뒤 왼발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 등에 따르면 이강인의 기대 득점 값은 0골이었다. 그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득점을 올리면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이강인은 플레이메이커로서 역량도 마음껏 뽐냈다. 왼쪽 측면과 중앙을 넘나들며 상대 수비의 혼란을 유도했다. 박스 안으로 찔러주는 패스와 측면으로 넓게 벌려주는 패스도 일품이었다.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패스를 3번이나 기록했다. 도전적인 패스를 하면서도 높은 정확도(91%)를 보였다. 특히 우리 진영에서는 100% 성공률로 안정감도 돋보였다.
여기에 뛰어난 탈압박 능력으로 상대 수비 3~4명을 끌어당기며 동료들에게 공격할 공간을 만들어줬다. 그가 현란한 기술로 상대 수비를 벗겨낼 때마다 경기장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강인의 활발한 움직임에 전반에 잠잠했던 주장 손흥민(32·토트넘), 스트라이커 조규성(26·미트윌란)의 골잡이 본능도 살아나면서 흐름은 완전히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 전반전까지만 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지만, 후반 막판에는 추가 골을 넣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외신들도 이강인의 활약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스페인 매체 아스는 “이강인은 바레인전에서 마술 지팡이를 꺼내 보였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인 리오넬 메시(37·인터 마이애미)를 여러 번 생각나게 하는 득점이었다”며 극찬을 가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매체 더 내셔널도 이강인의 활약상을 전하면서 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 감독으로부터 “완벽한 선수”라는 찬사를 받았던 선수라고 소개했다.
정작 이강인은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경기가 끝난 후 그라운드 인터뷰에서 “실점을 하든 골을 넣든 우리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해서 팀이 흔들리지 않았다”며 “골을 먹으면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회 첫 경기부터 멀티 골을 터뜨린 이강인은 최근 A매치 6경기에서 6골 3도움을 올리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탔다. 주포 손흥민은 경기 막판 몇 차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슈팅이 번번이 골문 밖으로 벗어났다. 아직 골 감각이 최고조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은 이강인의 예리한 발끝에도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
도하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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