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정책금융상품]새출발기금, '코로나' 지우고 존재감 살릴까
원금 탕감 논란 속 출발…2조 지원 그쳐
도입 취지 사라져…역차별 지적도 반복
새출발기금이 사실 상 새 옷을 입었다. 출시 당시만 해도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는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앞으로는 코로나19 피해 여부에 상관없이 새출발기금 이용이 가능하다.
정부가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 범위를 넓힌 것은 당초 예상보다 지원 규모가 크지 않고 경기침체로 인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에 대한 채무조정을 통해 금융부담을 낮춰 숨통을 트이기 위한 조치다.
다만 새출발기금 운영 취지가 사라지고 논란이었던 채무조정을 통한 도덕적해이 문제도 다시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 피해 없어도 새출발기금 지원
금융권에 따르면 새출발기금 지원대상 자격요건 중 '코로나 피해'요건이 폐지된다.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 중 사업을 영위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오는 2월부터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조정이 가능해진다.
새출발기금은 2022년 10월(내용 8월 발표)부터 운영을 시작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영업 제한조치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었던 만큼 이들의 금융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누적된 잠재부실이 금융 리스크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책이다.
출시 초기 지원 대상은 코로나 피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차주였다. △손실보전금 등 재난지원금이나 손실보상금을 받은 차주 △전 금융권 만기연장·상환유예조치 이용 차주(~2022년 8월29일) △기타 코로나 피해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빙할 수 있는 차주 등이 자격 요건이었다.
원금 일부 감면을 포함해 정부 재원을 바탕으로 채무를 조정해주는 프로그램이라 코로나 피해를 입은 차주로 지원 대상을 명확히 했다.
1년여 간 새출발기금을 운영한 정부는 작년 말 코로나 피해 회복 지연 등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 전반에 걸쳐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 지원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기존 2020년 4월에서 새출발기금 출시 직전인 2022년 8월29일까지 사업을 영위했던 차주에서 2023년 5월까지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는 한 발 더 나갔다. 사업 영위 기간을 2020년 4월~2023년 11월로 넓히는 것은 물론 코로나 피해 여부에 상관없이 부실차주거나 부실우려차주에 해당하는 개인사업자와 법인 소상공인은 새출발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존재감 없던 새출발기금, 관심 되찾을까
새출발기금 운영 주체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새출발기금 신청자는 4만6401명, 이들이 보유한 채무액은 7조4117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입형 채무조정(새출발기금이 해당 대출채권을 금융사로부터 매입해 채권자로 채무조정 참여)을 통해선 1만5417명에게 평균 약 70%의 원금 감면, 중개형 채무조정(부실우려 차주 대출이나 부실차주 담보채권에 대해 채권 매입없이 채무조정)으로는 1만3539명에게 약 4.5%포인트의 금리를 감면해줬다.
금융위원회는 새출발기금 출범 당시 30조원 가량 지원한다는 계획이었다. 운영을 시작한 후 약 1년2개월이 지났지만 실제 채무조정 지원이 이뤄진 규모는 매입형 1조2183억원, 중개형 8730억원 등 2조1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상했던 수요에 비해 실제 신청 규모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총선을 염두에 두고 지원 대상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캠코 관계자는 "경제회복 지연과 고금리 지속 등으로 소상공인 전반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소상공인을 폭넓게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도입 확대 취지에도 불구하고 당초 새출발기금 출시 목적은 희석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워 새출발기금을 이용하지 못했던 차주들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존 채무조정 제도가 운영되는 가운데 코로나 피해 지원이라는 새출발기금의 특수성이 사라지면서 프로그램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평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금 감면을 포함했던 만큼 새출발기금은 도덕적해이 논란을 막기 위해 코로나 피해 차주로 한정한다는 점을 강조했었다"면서 "이 조건이 사라지면서 성실 상환자 등 다른 차주들의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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