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을 닮았지만 박민영의 회귀물 설정으로 흥미진진해진 '내남결'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서사구조는 막장드라마를 닮았다. 알고보니 남편 박민환(이이경)이 절친인 정수민(송하윤)과 내연관계였고, 그것도 모자라 주인공 강지원(박민영)을 죽음으로 내모는 상황이 펼쳐지고, 결국 이 뒷목 잡게 만드는 상황을 되돌리는 '복수극 서사'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또 어찌 보면 상투적인 클리셰들이 가득한 오피스 로맨틱 코미디를 닮았다. 재벌가 3세인 유지혁(나인우) 부장이 강지원의 흑기사 역할을 해주는 백마 탄 왕자님으로 등장한다. 그는 강지원의 상사인 김경욱(김중희) 과장의 갑질을 막아줄 존재이기도 하고, 강지원을 이용해먹고 정수민과 바람이 날 박민환으로부터 강지원을 떼어내고 구원해줄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불행한 처지에 놓인 신데렐라 같은 강지원에게는 학창시절부터 그를 짝사랑해왔던 백은호(이기광) 같은 인물도 있고, 직장 내에서 갑질에 대항해 도원결의하듯 뭉친 양주란(공민정)과 유희연(최규리) 같은 든든한 동료들도 있다. 불행 앞에 놓여 있어도 이들이 있어 강지원은 숨통이 트이고 결국 이들과 함께 이 불행을 끝장낼 것이 분명하다.
막장드라마의 자극적인 서사구조와 오피스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클리셰들이 들어 있지만, 흥미롭게도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그런 드라마들과는 조금 다른 색깔을 띤다. 즉 전형적인 서사와 클리셰들이라면 식상해야 맞지만, 이 드라마는 어딘가 색다른 참신함이 더해져 있다. 다름 아닌 회귀물이라는 장치를 가져와서다.
막장드라마의 전형적인 복수극 서사구조는 강지원이 죽는 순간 10년 전으로 회귀하는 설정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미 미래에 박민환과 정수민이 자신을 배신하고 바람에 살인까지 저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강지원은 그렇게 되지 않으려 하지만 벌어질 일들은 어떤 식으로든 벌어진다는 걸 강지원은 알게 된다. 다만 그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변수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래서 강지원은 자신 대신 정수민과 박민환이 결혼하게 만들려 한다.
그래서 단박에 이들과의 관계를 정리하기보다는 사태를 주시하면서 상황을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려 한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이미 한번 겪었던 위기를 강지원은 보기 좋게 뒤집어 버리는 반전의 기회로 활용한다. 동창회라는 걸 속이고 정수민이 불러낸 자리에 나간 강지원은 과거 자신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트려 그녀를 왕따로 만들어버린 정수민의 거짓말들을 모두 폭로하는 상황이 그 단적인 사례다. 막장드라마의 전형적 복수극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되짚는 회귀물의 시원한 사이다 반전이 드라마를 통해 그려지게 된 것이다.
전형적인 오피스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들 역시 회귀물의 틀을 더하면서 새로워진다. 자신의 기획안을 정수민이 가로챌 걸 알고 있는 강지원은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러자 김경욱이 대신 가로채 정수민의 이름을 프로젝트에 넣어주려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된다. 유지혁이 이를 막아줄 흑기사이자 강지원을 신데렐라로 만들어줄 왕자님으로 등장하지만, 그 역시 한 차례 회귀해 인생2회차를 살게 된 인물이라는 점은 이 뻔한 서사를 변주하게 만든다. 강지원에게 벌어질 일들을 이미 알고 있는 그는 인생1회차에는 하지 못해 후회했던 일들을 어떻게든 시도하려 하고 그래서 강지원과의 해피엔딩을 꿈꾸게 된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이처럼 뻔해 보이는 설정이나 클리셰를 회귀물이라는 장르적 설정 하나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낸 독특한 작품이다. 시청자들은 강지원이 당하는 온갖 폭력들(실로 여기에는 가스라이팅부터 데이트폭력, 사내 갑질, 학교폭력까지 다 들어 있다)을 보면서 인생 2회차에는 이 상황을 모두 뒤집는 사이다 반전을 기대하게 된다.
드라마 외적인 일이지만, 강지원 역할을 연기하는 박민영 배우는 현재 전 연인이자 빗썸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종현씨와 연루된 의혹보도로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다. 물론 박민영측은 의혹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다행히 드라마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지만, 드라마 속 강지원이라는 캐릭터가 처한 위기상황과 이를 연기하는 박민영 배우의 현 상황이 이미지적으로 겹쳐지는 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과연 상투적인 막장드라마 같은 상황을 뒤집는 시원한 반전들이 드라마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나올 수 있을지 더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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