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제철화학→태양광→제약’…OCI 이우현 ‘이종산업’ 투자 관심
지난해 4월 회장 취임 후 공격적 영역 확장
‘반도체·배터리’ ‘제약·바이오’ 양대 신사업
기존 사업과 시너지 의문·투자 부담 우려도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OCI홀딩스(010060)와 한미약품 그룹 통합을 계기로 이우현 OCI그룹 회장의 공격적인 이종(異種) 산업 투자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회장 취임 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기존 석유·화학과 태양광 사업에 더해 반도체·배터리 분야로 영역을 넓힌 데 이어 제약·바이오 사업에까지 공격적으로 나서면서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기대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OCI그룹(지주회사 OCI홀딩스)과 한미약품그룹(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은 각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지난 12일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한다. 단일 개인주주로 볼 때 임 사장은 통합 출범 회사의 최대주주가 된다.
OCI홀딩스는 OCI그룹과 한미약품(128940)그룹 별로 각각 1명씩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한다. 이 회장과 임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아 이 회장은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임 사장은 제약·바이오 사업을 이끌 예정이다.
1959년 동양제철화학에서 출범한 OCI는 과거 인산칼슘, 공업용 과산화수소 등을 주로 생산하던 화학업체에서 2000년대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을 시작하며 양대 사업을 주축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주력인 석유화학과 태양광 소재 모두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따른 업황 악화로 성장성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2018년 신사업으로 낙점한 제약·바이오 분야에 진출을 선언하고 2022년 부광약품을 인수했으나 관련 사업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부광약품은 OCI에 인수된 그 해 2억3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13년 이후 10년만에 적자를 나타냈다. 지난 3분기에도 162억원 적자를 기록. 이같은 추세라면 작년에도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OCI는 제약·바이오사업의 돌파구로 이미 연구·개발 능력이 축적된 한미약품에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노하우가 없는 신사업을 직접 키우려면 오랜 시간이 들지만, 그룹 통합을 거치면 즉각적인 과실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강조해 온 그동안의 국내 기업 인수합병 공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도다.
이번 통합 작업이 완료되면 OCI그룹은 본업인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을 필두로 반도체·배터리와 제약·바이오 양대 축을 신사업으로 육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소재 사업을 위해 OCI는 말레이시아에 연간 1만1000톤(t) 규모의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배터리 소재 사업을 위해선 포스코퓨처엠과 첨단화학소재 합작사 피앤오케미칼을 설립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업황이 좋지 않은 기존 사업마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제약·바이오 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신약 개발 투자까지 짊어지긴 부담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OCI홀딩스는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에도 말레이시아 공장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려왔다. OCI홀딩스는 현재 연 3만5000t 수준인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의 생산 규모를 2027년 6만5000t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제약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OCI그룹이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제약 분야에서 기대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우려도 있다. 경영권 분쟁 등 실제 통합까지 넘어야 할 과제도 산적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OCI의 현금 창출 능력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에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 OCI가 기존에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존 내수 위주의 매출에서 수출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은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은경 (abcd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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