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외고·국제고 살아남는다···시행령 국무회의 통과
2025학년도부터 일반계 고등학교로 일괄 전환될 예정이었던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의 존치가 확정됐다. 전국단위 자사고 10곳은 신입생 20% 이상을 해당 지역 출신 학생으로 선발해야 한다.
교육부는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설립 근거를 유지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된 시행령은 다음 달 1일 시행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으로 유형화된 고교체계가 일반고를 황폐화하고 사교육을 유발한다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학년도에 맞춰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백지화했다. 시행령에서 이들 학교의 설립근거를 되살리면서 일반고 전환은 없던 일이 됐고 계속해서 현재 지위를 유지한다. 교육부는 “지난 정부의 획일적 평준화 정책을 바로잡고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보장해 공교육 내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자사고 등의 존치가 확정되면서 고교서열화로 인한 과도한 사교육 등의 부작용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사교육 억제를 위해 자사고도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입학전형을 치르는 후기 학생선발 방식과 2단계 면접에서 교과지식 평가를 금지하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지만, 추가 사교육 억제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후기 학생선발과 자기주도학습전형 등의 제도는 현재 시행 중인데도 자사고·외고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통계는 많다. 앞서 지난 15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150만원 이상 고액 사교육을 받는 자사고 학생의 비율이 일반고의 3배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2028학년도부터 대입제도 변화로 내신 부담이 줄어들면 자사고·외고 선호도가 올라가 사교육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어려운 수능과 새 대입제도, 의대 열풍 등과 맞물려 자사고·외고 존치가 사교육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리 교육의 핵심 과제인 경쟁 완화 등의 방향에 부응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전국단위 자사고 10개교는 소재한 지역 출신 인재를 20% 이상 선발해야 한다. 이를테면 민족사관고등학교는 강원도 소재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을 20% 이상 뽑아야 한다. 김연석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전국단위 자사고가 지역 정주여건 개선에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지역인재 선발을 의무화한 것”이라며 “(지역인재 선발 의무 비율 충족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 운영성과평가 등을 통해 제재를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통합전형 선발 의무가 없었던 구 자립형사립고 6곳(민족사관고·하나고·상산고·현대청운고·포항제철고·광양제철고)도 모집전형의 20%를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다만 사회통합전형 미달 인원의 50%는 일반전형으로 선발할 수 있다. 시도교육감은 종전처럼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운영성과를 5년마다 평가해 재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평가 결과에 따라 학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개선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자사고와 함께 폐지 예정이었던 자율형 공립고의 설립운영 근거도 유지되면서 정부는 지역 상황과 여건에 맞는 창의적 교육모델을 운영할 수 있도록 오는 3월부터 자율형공립고 2.0 시범학교를 선정해 운영한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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