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오픈런’ 해도 노심초사... "저출산이라는데 태어난 애라도 지켰으면..."[필수 의료가 무너진다 <2>]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를 찾았던 부모들은 항상 이런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소아과 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상황이 됐다. '오픈런'이라는 용어는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가장 친숙한 용어가 됐다. 16일 기자가 만난 부모들의 소아과 진료 경험은 지옥에 가까웠다. 이들은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가는 '오픈런'을 해도 1시간 이상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고, 어렵게 의사를 만나도 고작 1~2분의 진료에 그쳐 제대로 진료를 받은건지 전전긍긍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아이가 열이 40도까지 올라 소아과를 급하게 찾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고작 1~2분을 진료받았다"며 "처방받은 약을 먹었는데도 다시 열이 40도까지 올라서 다시 찾아가니 병이 더 커졌다면서 항생제까지 먹어야 되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아이가 감기에 자주 걸리고 해서 소아과를 일주일에 한두번 꼴로 간다고 했다. 특히 아이가 크게 아플 경우에 거주 중인 마포구가 아닌 서울 구로구의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마포구는 인구에 비해 소아과가 부족하고 영유아를 전문적으로 돌보고 입원도 가능한 병원이 없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다만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이 있다고 해서 진료가 쉬운 게 아니라고 언급했다.
김씨는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다. 병원에서 '똑닥(병원 유료 예약 앱)'을 쓰지 않아 하루 2번 새벽 6시와 오후 12시에 예약을 받는데 1~2분이면 마감된다"며 "소아청소년 전문 병원이 없으니 급하면 그 병원으로 몰리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울 지역 소아과의 경우 개원 30분 전이면 '오픈런'이 시작된다고 한다. 일찍 가도 1시간에서 1시간반은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도시 등 영유아가 많은 지역의 경우 오픈런이 1시간 전에 시작될 정도로 소아과 진료가 녹록지 않다.
이같은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 김씨가 바라는 게 있다면 '소아 전문 응급실'을 꼽았다. 그는 "마포에도 유명한 소아 전문 병원이 있었는데 경영난으로 다른 병원으로 바뀌었다"며 "진짜 급할 때 아이를 데려갈 수 있는 응급실이 필요하다. 저출산이라고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데 태어나면 돌보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필수의료 취약지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 평균은 1.80명이었다. 지역으로 보면 서울이 4.30명으로 가장 높았고 경북(0.91명)과 전남(1.05명), 충남(1.27명), 울산(1.28명), 경기(1.30명) 등 17개 시도 중에서 10개가 평균을 밑돌았다.
강원도 춘천에 살면서 4살과 1살 아기를 키우고 있는 김모씨(30)도 소아과를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김씨는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소아과를 찾으면 접수 자체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환절기에는 한시간 넘게 기다리는 게 기본"이라며 "똑닥 앱을 이용해도 수요가 너무 많아 콘서트 티켓 예매처럼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픈런 해서 접수해 놓아도 1시간씩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이라며 "접수해 놓고 조금이라도 늦거나 하면 바로 다음 순서로 넘어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경북 구미에서 두살 아이를 키우는 배모씨(36)도 "주로 가는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평균 1시간은 기다린다. 주말의 경우 보통 2시간 전후는 기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씨는 "소아과 의사를 증원하는 것에 공감한다. 소아과 운영이나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고 "경북 지역에 소아과가 전혀 없는 곳도 있다. 출산율이 바닥이라 나라가 소멸될 수도 있다고 하던데 태어난 아이들이라도 잘 지켜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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