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메모리 감산 축소설…전문가들은 "아직 시기상조", 왜
“수요 대응해야” 목소리에도…글로벌 불확실성↑
“현 수요는 재고 비축용…생산 늘리면 회복에 찬물”
감산 축소 가늠자는 AI스마트폰 등 ‘온디바이스 AI’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메모리반도체의 감산 축소 기대감이 업계 안팎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메모리 적자를 기록해온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모두 D램만큼은 손실을 털어내면서다. 다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D램 수요 회복이 전방산업 반등에 따른 게 아니라 메모리 가격 인상 전 고객사들의 재고 축적 경향이 짙은 탓에 감산 축소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보는 기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D램 사업에서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키움증권은 7240억원의 이익을 예상했고 IBK투자증권은 1조2680억원으로 추산했다. 흥국증권은 1조5000억원까지 이익을 낸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3분기 D램 사업 적자를 벗어난 데 이어 삼성전자도 D램 흑자 전환이 유력한 것이다.
이는 메모리 3사의 감산 지속으로 과잉 공급이 해소되고 고객사들의 재고 수준이 정상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DDR4 D램과 128Gb 낸드플래시 등 레거시 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에 일각에선 감산 축소에 나설 때가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올해 메모리 시장 규모가 금액 기준 전년 대비 16.2% 늘어날 전망인 만큼 증가할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섣부른 감산 축소, 수요 죽일 것”
그러나 PC와 모바일, 서버 등 전방산업의 회복이 아직 눈에 띌 정도로 본격화하지 않은 상태이고 미국 등 주요국의 고금리 기조와 미·중 갈등의 심화 우려, 홍해 리스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고 세계은행(WB)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4%인데, 지난해 성장률 추정치(2.6%)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런 탓에 반도체업계와 전문가들은 아직 감산을 축소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소비심리 회복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요가 보장되는 DDR5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일부 선단 제품은 생산을 최대치로 늘릴 수 있겠지만 메모리 물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레거시 제품은 증산에 나섰다가 자칫 과잉공급 현상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레거시 메모리 가격 상승도 전방산업 회복보다는 메모리 가격 추가 인상 전 고객사들의 사전 재고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진된 재고를 비축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지만 주요 응용처 업황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감산을 축소하더라도 일부 선단 제품에 한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해 6월 유럽의회 선거와 11월 미국 대선 등 주요 정치 이슈가 있어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감산을 축소해 살아나려는 수요를 빨리 죽일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메모리 평균판매가격(ASP)의 상승을 전망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역시 “재고 확보 차원에서 구매가 늘고 있지만 올해 전체 수요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수급 균형을 위해 지속적인 생산 감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온디바이스 AI, 감산 축소 가늠자”
감산 축소 시점을 가늠해볼 수 있는 요인으로는 인공지능(AI) 스마트폰과 AI PC 등 온디바이스 AI 기기의 교체 수요가 꼽힌다. 기기 자체에 AI 기능을 탑재해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품이 기존 스마트폰과 PC 트렌드를 바꿀 것으로 예상되면서 교체 수요가 대거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당장 이달 중 첫 AI폰 갤럭시 S24를 출시한다. 중국 모바일 업체들도 뒤따라 AI폰을 내놓을 수 있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드는 인텔은 차세대 AI CPU ‘루나레이크’를 공개한 상태다. 지난해 말 신경망 처리장치(NPU)를 탑재한 CPU ‘코어 울트라’를 출시한 데 이어 AI CPU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김형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출시가 임박한 AI 스마트폰에서 소비자들의 교체 수요가 대거 발생한다면 메모리 감산 축소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열 (keynews@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첨되면 일단 3억…고양아파트 '줍줍' 21만명 몰렸다
- "올해 핵전쟁 일어날 수 있다"…갈루치는 왜 이렇게 봤나
- 'N선 도전' 올드보이 귀환…김무성·이인제·나경원 등 재등판
- “잘 견뎌주게”…‘노무현 사위’ 곽상언, 盧와 마지막 통화 공개
- "귀신 나오는 집, 꼭 사라"…2030 공감한 까닭은
- 김정은 발언에 외인 투심 '뚝'…2500선 붕괴[코스피 마감]
- “두 마리 잡았어, 한 마리 남았어” 범인은 아들이었다 [그해 오늘]
- “놀라서 소리도 못 질러”…횡단보도서 女 유학생 폭행한 30대 男 검거
- 고현정, 조인성과 열애설 언급 "진짜 아냐…걔도 눈이 있지"
- "피해자 극심한 고통"…'세 번째 성범죄' 힘찬 징역 7년 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