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클린스만, 오로지 대표팀만 보고 이기제 뽑았는데…1경기 만에 최대 약점으로

조용운 기자 2024. 1. 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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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린스만 감독과 이기제
▲ 이기제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K리그를 등한시한 결과가 초장부터 큰 구멍으로 이어졌다. 왼쪽 수비수 대안이 필요하다는 여론과 다른 선발이 결국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64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을 위한 스타틀을 잘 뗐다. 어느 대회든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지난 15일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E조 1차전을 3-1로 이겼다. 첫 경기 승리로 대표팀은 우승까지 정진할 분위기 조성에 성공했다.

100%는 아니었다. 카타르에 입성하고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의 엉덩이 부상이 알려졌다. 국내서 출발할 때부터 좋지 않았던 김진수(전북현대)의 몸상태도 끝내 나아지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출전 명단에서 둘을 제외해야만 했다.

김진수의 이탈은 이미 예상됐던 바다. 자연스레 같은 포지션으로 함께 선발된 이기제의 출전도 예고됐다. 몸이 좋지 않은 김진수와 경기력이 떨어진 이기제(수원삼성)가 왼쪽 수비수로 최종 소집됐을 때부터 대표팀의 가장 불안요소로 떠올랐다.

▲ 이기제
▲ 이기제

이기제는 소속팀과 대표팀 간의 괴리가 상당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한 이래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기제를 소집했다. 클린스만호가 지난해 치른 총 10번의 A매치 중 9경기에 출전했다. 이중 6번은 풀타임이었다. 사실상 아시안컵을 준비한 10개월의 준비 과정에서 왼쪽 수비수로 이기제를 가장 많이 기용했다.

문제는 컨디션을 유지해야 할 소속팀에서의 입지였다. 수원의 주장을 역임하면서도 정작 9월 말 이후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염기훈 감독대행 체제로 비상시국을 지나올 때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시즌 종료까지 벤치에도 앉지 못하던 이기제였기에 실전 감각 저하를 피할 수 없었다.

이기제의 경쟁력 약화는 현실이 됐다. 수원에서의 상황과 별개로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10월과 11월 A매치 기간에 이기제를 활용했다. 대체로 평가는 좋지 않았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니 부진이 따라오는 건 당연했다. 그때라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였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은 달라지지 않았다.

우려 속에 이기제를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승선시킨 클린스만 감독은 "수원에서 힘든 시즌을 보낸 걸 안다. 소속팀에서 왜 경기를 안 뛰는지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어떤 일이 있는지 알 수도 없다"며 "우리는 그동안 대표팀에 소집됐을 때 보여준 태도와 역할 수행만 보고 선발했다"라고 말했다.

▲ 이기제

클린스만 감독은 왼쪽 풀백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듯이 "아시안컵까지는 김진수와 이기제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사령탑을 맡고 미국과 유럽에 머물며 K리그를 지켜보지 않았으니 대체 자원 마련에 소극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실전 감각 저하를 각오하면서도 이기제가 극복해주길 바랐다. 스스로도 걱정이 많았다. 카타르에 입성해 출장 기자단과 가진 인터뷰에서 "경기 감각이 떨어져 걱정을 했다. 계속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고 불안감을 이기려 안간힘을 썼다.

그래서 바레인전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어야 했는데 3개월 동안 뛰지 못한 문제만 고스란히 드러냈다. 어김없이 왼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이기제는 아쉬움 가득한 52분을 소화했다. 공수 어느하나 합격점을 주기 힘들었다. 킥력이 장점인데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를 시도조차 못했다.

수비 덕목인 볼 경합에서도 바레인 공격수에 시종일관 패했다. 6번 볼 경합에서 한 차례만 볼을 따냈다. 상대와 경합에서 밀리니 자연스레 파울이 늘었다. 총 4개의 반칙을 범했고 그중 한 번은 옐로 카드로 이어졌다. 침착성도 떨어졌다. 경고를 한 장 가진 상황에서도 후반 돌파를 당하자 손으로 잡아챈 장면에서는 퇴장으로 이어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 설영우

이기제는 끝내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1-0으로 앞선 후반 6분 패스미스로 바레인에 공격권을 내줬고 이어진 상황에서 공격수를 놓치면서 동점골을 내줬다.

클린스만 감독도 칼을 빼들었다. 실점 후 바로 김태환(전북현대)으로 교체했다. 김태환이 들어가면서 설영우(울산HD)가 왼쪽 수비수를 대신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고 누적에 대한 우려가 있어 이기제를 교체했다"고 했지만 문책성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카드 때문이라 할지라도 베테랑이 퇴장 걱정을 안겼다는 점만으로도 낙제에 가깝다.

우려한대로 이기제의 감각이 좋지 않다. 클린스만호는 앞으로 선택지를 살펴야 한다. 김진수가 하루빨리 돌아오는 게 1안이지만 회복 속도가 느리다면 좌우 모두 소화하는 설영우 어깨에 상당한 부담이 지어질 전망이다. 고작 1경기 만에 왼쪽 수비가 대표팀의 최대 약점으로 부상했다.

▲ 설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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