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새, 코뿔소... "사람의 이기심에 멸종되는 동물 이야기 전하고파" [인터뷰]

고은경 2024. 1. 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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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으로 끝없이 태어나고 죽임을 당하는 동물이 있다면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여러 다른 생이 반복되는 '윤회'의 콘셉트를 적용, 멸종위기로 몰리는 동물과 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노블이 나왔다.

책에 등장하는 배들랜즈큰뿔야생양, 에조늑대, 도도새 등은 실제 인간에 의해 멸종됐거나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로, 팩트를 기반으로 하되 백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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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 '적색목록' 백영욱 작가
야생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잔인함을 다룬 그래픽노블 '적색목록'을 출판한 백영욱 작가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책에 담긴 드로잉을 소개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멸종위기종으로 끝없이 태어나고 죽임을 당하는 동물이 있다면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여러 다른 생이 반복되는 '윤회'의 콘셉트를 적용, 멸종위기로 몰리는 동물과 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노블이 나왔다.

'적색목록'(책공장더불어)을 출간한 백영욱(53) 작가는 1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미를 위해, 약재를 위해 멸종으로 가는 동물의 고통을 기록하고, 그들을 기억하고 싶었다"며 "동물에 대한 야만을 멈추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책의 주인공은 코뿔소 '코쿠모'와 까마귀 '치크'. 치크가 단지 뿔 때문에 인간에 의해 희생된 코쿠모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들은 다양한 멸종위기종의 생을 거듭하지만 공통점은 바로 인간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는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배들랜즈큰뿔야생양, 에조늑대, 도도새 등은 실제 인간에 의해 멸종됐거나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로, 팩트를 기반으로 하되 백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졌다.

그래픽노블 '적색목록'의 주인공 코뿔소 '코쿠모'가 인간에 의해 코가 잘린 채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 백영욱 작가 제공
그래픽노블 '적색목록' 속 에조늑대를 그려낸 드로잉. 백영욱 작가 제공

백 작가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죄책감조차 갖지 않고 단순히 재미나 약재를 위해 동물을 사냥해왔다"며 "동물에 대한 애틋함을 작업으로 승화해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동물이 겪는 슬픔, 또 이를 바라보는 인간이 느끼는 슬픔과 우울함을 전달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그림이다. 이를 나타내기 위해 그는 오일파스텔 계열의흑백작업을 선택했고 인간의 잔인함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책 제작 기간은 1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지원작으로 선정돼 제작됐기 때문에 1년이라는 기간 내 끝내야 했다. 책에 담긴 드로잉 작품들은 현재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2회 다양성만화전시 형형색색전에서 전시 중이다.

백영욱 작가가 2019년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린 대표적 한국 문화축제인 코레디시 페스티벌에서 드로잉을 시연하는 모습. 백영욱 작가 제공

백 작가는 전문 만화가는 아니었다. 대구에서 애니메이션학과 진학을 위한 입시학원에서 10여 년 넘게 강사로 근무하던 중 작가로서의 갈증이 생겨 7년 전 상경했다. 그가 알려지게 된 것은 2018년 한국카툰협회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을 해외에 알리는 전도사로 활약하면서부터다. 2019년에는 대규모 만화 축제 중 하나인 프랑스 앙굴렘 만화 페스티벌, 2019~2021년에는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린 대표적 한국 문화축제인 코레디시 페스티벌에서 드로잉을 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시사카툰을 비롯해 100인의 독립운동가 웹툰 프로젝트 '괴'를 연재했다.

백 작가가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7년 전 상경했을 당시 야생동물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접하게 되면서부터다. 이후 동물을 작품으로 다루기로 결심했다. 동물을 주제로 한 그의 첫 작품은 고양이가 손편지 배달부로 활약하는 고양이 마을. 아직 스케치 단계로 이 역시 출간할 예정이다.

'적색목록'을 출판한 백영욱 작가가 동물을 다룬 자신의 첫 작품인 '고양이 마을 스케치'를 소개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백영욱 작가가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최근 출간한 '적색목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다빈 기자

백 작가는 "작품을 보면서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도 아파하고 힘들어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며 "인간이 욕심을 줄이면 충분히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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