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M&A 불모지’ 공식 깼다…업종 경계 허문 합종연횡 가속
ADC·면역항암제·다중표적항체 등 신규 모달리티 개발사 인기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M&A 불모지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기업가치를 올리고 전략적인 투자를 위한 방안으로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 기업인 오리온은 15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구주매입을 통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오리온은 유상증자를 통해 레고켐바이오 보통주 796만주를 기준가액의 5% 할증된 5만9000원에 매입한다. 전체 주식의 21.88% 규모로, 이를 위해 약 4700억원을 투입한다. 또 레고켐바이오 창업자인 김용주 대표이사와 박세진 사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 10.49% 가운데 4.93%를 약 787억원에 사들인다.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 인수를 위해 총 투입하는 자금은 5487억원이다. 지분 25.73%를 취득해 레고켐바이오 최대주주가 된다. 증자와 구주매입자금 납입은 오는 3월29일 진행될 예정이다.
오리온 뿐만 아니라 최근 3년 사이에 씨젠, OCI,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셀트리온 등이 대규모 M&A를 진행했다.
분자진단 전문기업 씨젠은 15일 소프트웨어 기획과 사용자경험‧인터페이스(UX‧UI) 전문기업 브렉스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브렉스는 디지털혁신을 지원하는 IT 전문회사다. 씨젠은 내부조직처럼 지속적인 협업이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협력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인수를 결정했다. 브렉스는 향후 씨젠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신사업을 비롯한 사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은 지난 12일 이사회 승인을 거쳐 구주양수 및 현물출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방식의 양사간 통합 계획을 발표했다.
OCI홀딩스는 구주 양수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7703억원에 취득할 계획이다.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확보한다. 통합 시 ‘통합 지주사(OCI홀딩스‧사명‧CI 변경 예정)→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구축된다.
한미약품그룹은 통합을 통해 혁신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방침이다.
앞서 OCI그룹은 지난 2022년 2월에도 부광약품에 1461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기존 부광약품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등이 보유한 주식 중에서 773만주를 매입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말 합작사 이뮨온시아에 대한 지분을 추가로 취득했다. 앞서 유한양행과 미국 소렌토 테라퓨틱스는 합작을 통해 이뮨온시아를 설립했다. 이후 소렌토가 파산에 이르면서 소렌토가 보유한 이뮨온시아 보통주 전량 2266만주를 2000만달러(약 270억원)에 인수했다. 유한양행이 보유한 이뮨온시아 지분은 67.7%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4월 다중표적항체 전문 기업 프로젠 지분 38.9%도 인수했다. 프로젠 구주와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총 300억원을 투자했다. 프로젠 인수를 통해 신약 개발 역량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도 구축해 국내외 파트너십을 강화할 방침이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12월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 바이오 기업 앱티스를 인수했다. 계약 내용은 비공개다. 동아에스티는 앱티스의 경영권과 신규 모달리티인 3세대 ADC 링커 플랫폼 기술, 파이프라인을 인수해 연구개발(R&D) 부문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동아에스티는 앱티스가 보유한 ADC 항암 파이프라인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기반기술을 활용해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와 ADC 외에 항체-프로탁접합체(APC) 등 플랫폼 확장에도 나설 방침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월 영국 ADC 전문기업 익수다 테라퓨틱스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익수다 시리즈A 펀딩에 셀트리온과 미래에셋그룹이 함께 만든 미래에셋셀트리온신성장펀드를 통해 4700만달러(약 53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해 합산 기준 47.05% 지분을 인수했다.
셀트리온은 ADC 분야가 고부가 가치 창출이 가능하면서 기존 항체 치료제 제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 ADC를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하고 익수다에 투자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신규 투자 등이 위축됨에 따라 대규모 신규 투자보다는 기업 가치를 현실화 시키거나 협력을 통해 전략적인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M&A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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