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양이 안 먹으면 반려동물 선진국?…유기동물 11만건 넘어

이동준 2024. 1. 1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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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개 식용 금지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100년간 이어진 '개고기 논쟁'이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됐다.

반려동물 양육비는 한 달 평균 13만 원으로, 고양이보다는 개에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단순 개, 고양이를 안 먹는다고 해서 반려동물 선진국이 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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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지난 9일 '개 식용 금지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100년간 이어진 '개고기 논쟁'이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제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대한민국에서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 유통, 가공, 판매하는 행위가 모두 금지된다.

이에 동물보호단체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 사이에서 ‘반려동물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는 자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개 식용문제 만큼 유기되는 것도 큰 문제다. 지난해 유기동물 건수만 무려 11만 3400마리에 달한다.

반려동물 양육비는 한 달 평균 13만 원으로, 고양이보다는 개에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병원비는 월 평균 4만 원이 넘었다.

그만큼 키우는데 따른 부담과 책임이 큰 것으로 양육자 5명 중 1명은 양육 포기 등 파양을 고려하거나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3~10일 전국 만 20~64세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 응답자 18.2%가 ‘양육 포기를 고려한 적 있다’는 응답했다.

짖음 등 ‘행동 문제’가 45.7%로 1위를 차지했고 ’예상외 지출 과다‘(40.2%)가 2위, 이사·취업 등 ’여건 변화‘(25%) 등을 이유로 꼽았다.

반려동물의 행동 문제나 비용을 양육 의지가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라, 생각보다 깊은 책임감과 문제 상황들에 대한 반려인들의 대처가 쉽지 않다는 얘기로도 해석된다.

또 경제적인 부분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려동물 서비스, 펫푸드 등에 소요되는 월평균 양육비용은 13만 원(병원비 4만 3800원)으로 나타났다.

개의 양육비용(16만 6000원)이 고양이의 양육비용(11만 3000원)보다 높았다.

양육비용은 도시 거주(13만 원), 20대(18만 원), 1인 가구(15만 원), 월평균 소득이 높은 가구가 평균 수준보다 지출이 많은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가운데 2014년부터 시행된 동물등록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 해 10만 마리 내외의 동물이 유기되고 있다.

2022년 전체 유기동물 11만3천여 마리 중 개가 8393마리로 가장 많고(70.9%), 이어 고양이가 3만1525마리로 27.8%다.

보호소에서 안락사 되는 비율의 차이도 꽤 크게 나타난다. 유기견은 22.1%가 안락사 됐지만, 유기묘의 안락사 비율은 3.8%였다.

반면 유기묘는 자연사 비율이 상당히 높았는데 52.9%로 절반 이상이 보호소 내에서 자연사했고, 유기견은 16.8%가 자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유기견은 40%에 달하는 수가, 유기묘는 50%가 넘는 수가 보호소 내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단순 개, 고양이를 안 먹는다고 해서 반려동물 선진국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소중한 생명을 대하는 수준 높은 시민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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