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분리주의 반대" 시진핑, 라이칭더에 경고

대만총통 선거 후 첫 입장
"통일 세력 발전·강화 촉진"

[서울경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독립’ 분리주의 활동에 반대해야 한다”며 대만 총통 선거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친미·독립·반중 성향인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당선인을 정조준하며 중국에 맞서 독립 의사를 밝히지 말라는 경고로 읽힌다. 대만은 중국 단체관광을 허용하고 반도체 산업의 협력을 언급하는 등 화해 제스처를 보내 중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에 실린 ‘신시대 당 통일 전선 공작의 완전하고 정확하며 종합적인 이행에 대한 중요한 사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조국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홍콩·마카오·대만과 해외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잘 수행하라”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공작부의 전략을 명시했다. 이 중 대만과 관련해 “대만의 애국 통일 세력을 발전시키고 강화하라”며 “‘대만 독립’ 분리주의 활동에 반대하고 조국과의 완전한 통일을 촉진하라”고 지시했다.

‘대만 독립’ 반대는 라이 당선인에 대한 거부감으로 풀이된다. 애국 통일 세력을 발전시키라는 것은 민진당이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야당을 적극 이용해 통일 공작에 나서라는 지침으로도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14일 ‘중국 당국이 라이 당선인이 이끌 차기 민진당 정부와 대화할 가능성은 차이잉원 현 총통 재임 시기보다 훨씬 낮다’는 전문가의 분석과 함께 “중국 관리들과 대만 신임 국회의원들 사이의 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라이 당선인과 대만이 앞으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라이 당선인은 15일 미국 대표단을 만나 중국의 통일 방침에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미국의 지지를 요청해 ‘친미 반중’ 행보를 본격화하는 듯했다.

다만 대만은 유연해진 태도도 보이며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모습도 내비쳤다. 대만 정부는 이날 “대만인의 중국 대륙 단체관광을 3월 1일부터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하는 한편 항공편 증편 가능성도 언급하는 등 교류 확대를 시사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라이 당선인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히며 중국에도 국제사회와 함께 반도체 산업을 소중히 여겨줄 것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