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 사기업의 자금 위기 왜 혈세로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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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에 살벌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16위이자 코스피 상장사인 태영건설이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개시하면서 언제 새로운 뇌관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1년간 이어져 온 부동산 경기둔화의 결과"라며 "인·허가 전이나 미착공 상태인 브리지론 규모가 12조원을 넘은 데다 착공 중인 본 PF 사업은 원가 부담과 낮은 분양률로 지속해서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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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의 유동성 위기는 2022년 말 '강원중도개발공사 기업회생절차'에서 시작된 채무불이행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심화되며 시작됐다.
2022년 태영건설의 도급사업 PF 보증은 2조2000억원(연결 기준)에서 1년 만에 2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PF 우발채무 대응을 위한 자금 소요로 차입 규모도 2021년 9470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1조8856억원으로 2배가량 뛰었다.
태영건설은 지주회사인 티와이(TY)홀딩스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고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등 자금 조달에 노력했지만 고금리 여파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지난달 말 약 480억원의 PF 대출 만기가 돌아왔으나 대주단이 기한 연장 불가를 통보하며 결국 백기를 들었다.
가뜩이나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주택시장 침체의 삼중고를 겪고 있는 와중에 중견 건설업체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쓰러지자 건설업계에는 줄도산 공포가 드리웠다. 전문가들 또한 이번 사태가 또 다른 건설업체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시각이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1년간 이어져 온 부동산 경기둔화의 결과"라며 "인·허가 전이나 미착공 상태인 브리지론 규모가 12조원을 넘은 데다 착공 중인 본 PF 사업은 원가 부담과 낮은 분양률로 지속해서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태영 지원대책의 마련에 돌입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채권안정펀드를 현행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건설업체 회사채 등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필요시 지원 범위를 100억원까지 늘릴 수 있다.
문제는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세계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경기침체인지 태영의 무리한 사업 확장인지다. 태영건설이 올해 완공하기로 된 사업장은 전국 41곳으로 계약 잔금만 1조3670억원이다.
다수 사업장에선 미분양 물량이 속출해 자금 흐름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아 투자 비용을 포기하면서 시공권을 내려놓은 건설업체들도 적지 않았던 상황에 태영건설은 손에 쥔 현장을 놓지 않았다.
설상가상 태영이 들고 나온 자구책은 채권단에 실망만 줬다. 지난 3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지원과 함께 계열사인 에코비트·블루원 매각 등을 제시한 태영그룹은 채권단의 압박에 뒤늦게 SBS 지분 담보 제공과 총수 일가 사재 출연을 언급했다. 90세 노장 윤세영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장에 출석해 눈물로 호소했지만 여론은 반응이 싸늘했던 이유다.
워크아웃은 KDB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 주도로 채권단이 손실을 감수하고 빚을 일부 탕감하거나 대출 만기를 연장해줘야 가능하다. '제 살 깎기' 없이 혈세와 다름없는 공적자금을 들여 민간 회사를 살려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워크아웃에 성공해도 태영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PF 유동성 위기 해소에는 긴 호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 벌어들인 돈은 민간 기업과 총수 일가의 배를 불리고 경기 변동을 예측하지 못한 경영자의 책임을 얼마큼 봐줘야 할까.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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