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책 홍보’ 별거 없다더니 혈안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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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홍보 별거 없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면 정책 집행 자체가 바로 홍보가 됩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한 말이다.
형식적·병렬적으로 부처별 정책을 읽는 데 그치지 말고, 국민에게 체감될 수 있는 몇 가지 주제를 꼽아 토론의 형식으로 뚜렷하게 보여주자는 취지다.
산업부·과기부가 경기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에 더 속도를 내는 데 방점을 찍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이 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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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홍보 별거 없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면 정책 집행 자체가 바로 홍보가 됩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한 말이다. 홍보성 업무보다는 정책을 만드는 그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읽혔다. 그런데 요즘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새해 벽두부터 ‘정책 홍보하기’에 온 부처가 혈안이 돼 있는 것으로 보여서다. 벌써 세 차례 진행된 ‘민생 토론회’가 대표적인 예다.
정부는 매년 초 모든 정부부처들이 대통령에게 몰려가 하던 신년 업무보고를 올해 ‘민생 토론회’라는 행사로 대체했다. 형식적·병렬적으로 부처별 정책을 읽는 데 그치지 말고, 국민에게 체감될 수 있는 몇 가지 주제를 꼽아 토론의 형식으로 뚜렷하게 보여주자는 취지다.
지금껏 ‘활력있는 민생경제’(기획재정부), ‘국민이 바라는 주택’(국토교통부),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세 차례의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는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관련 부처 수장이 나와 브리핑을 한 뒤, 국민 몇몇이 마이크를 넘겨받아 발언하고 다시 장관과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으로 매듭짓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토론회마다 국민 100명 정도가 자리했다.
문제는 토론회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홍보만 강조된 행사라는 느낌이 짙어진다는 것이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교환되고 답을 찾아가는 토론회의 모습이 아닌 데다 낯 뜨거운 칭찬이 난무해서다. 주택 주제를 다룬 두 번째 민생 토론회에선 대통령에 대한 감사 인사가 잇따랐다. 비공개로 진행된 기재부 토론회에선 취임한 지 사흘밖에 안 된 부총리를 칭찬하는데 여념 없는 국민도 있었다고 한다.
정책 콘텐츠가 재탕, 삼탕인 경우가 여럿 보인다는 점도 문제다. 산업부·과기부가 경기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에 더 속도를 내는 데 방점을 찍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이 한 예다. 정부가 제시한 수치는 기존 민간 투자 발표 내용에 숫자를 조금 더한 수준이었다. 각종 지원책 등도 지난해 산업공급망전략회의, 첨단산업전략회의, 소부장정책추진방향 등을 통해 이미 발표된 이른바 구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토론회를 준비하는 일선에서는 행사 준비가 본업에 지장 주는 수준이라는 말도 들린다. 공무원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대통령 뒤를 채울 ‘국민 섭외하기’에 진을 뺐다고 한다. 지금도 토론회 순번이 돌아오지 않은 일부 부처 담당자들은 얼마나 홍보 효과가 있는 정책을 주제로 내세울지 고민하느라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신년 업무보고를 총선용 행사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구조적 저성장 고착,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같은 위기가 산적한 올해, 경제정책만큼은 비장함이나 긴장감 같은 것이 감돌아야 하는 것 아닐까. 허례허식은 걷어내고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드는 것. 올 한해 당국자들이 거기에만 전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부총리의 취임 일성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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