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은 불변의 주적이자 제1적대국"…'남한 끊기' 단절 기조 최고조

이창규 기자 2024. 1. 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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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인민회의서 조평통 등 대남기구 폐지…'헌법 개정'도 추진
"사실상 체제경쟁 실패 자인…정치·외교적 조치 통한 도발 메시지 증폭"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가 1월15일 수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되었다"라고 보도했다. 회의에선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기구를 폐지하는 결정이 나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공화국의 부흥발전과 인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라는 시정연설을 통해 헌법 개정과 전통적 남북관계의 단절을 선언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전환한 데 이어 대남기구를 폐지하고 '통일'의 개념과 정신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까지 추진하면서 남북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1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소식을 전했다. 회의에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공화국의 부흥발전과 인민들의 복지증진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시정연설을 했다.

김 총비서는 연설에서 "쓰라린 북남관계 역사가 주는 최종 결론은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을 꿈꾸면서 우리 공화국(북한)과의 전면대결을 국책으로 하고 있고 나날이 패악해지고 오만무례해지는 대결광종 속에 동족의식이 거세된 대한민국 족속들과는 민족중흥의 길, 통일의 길을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이라며 적대적 대남정책 전환 기조를 분명히 했다.

김 총비서는 남측 지역을 북한의 영토, 영공, 영해로 삼을 것을 헌법에 명시하도록 지시하며 남한을 법적으로 '적대국'이나 '점령 대상'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어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이었다고 스스로 정의한 경의선 북측 구간의 완전한 단절, 평양-개성 고속도로의 입구에 설된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의 철거 등을 지시했다.

또한 △'8천만 겨레', '삼천리 금수강산' 등 남북을 동족으로 오도하도록 하는 단어의 사용 금지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등의 표현을 헌법에서 삭제 △'동족, 동질관계로서의 북남조선', '우리 민족끼리', '평화통일' 등 과거 잔재 처리를 위한 대책 마련 △대한민국을 불변의 주적이자 제1의 적대국으로 삼는 것과 관련한 교육교양사업 강화의 헌법 명기도 강조했다.

이날 최고인민회의에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기구의 폐지도 결정됐다. 지난 12일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을 정리한 데 이어 대남기구 폐지 움직임도 지속하는 모습이다.

이는 물리적 뿐만 아니라 정신적·사상적으로도 남북관계를 단절시키겠다는 뜻으로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후 구체적인 이행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남북관계의 적대적 전환과 관련해 헌법을 개정하는 문제가 논의, 결정된 것은 북한이 이를 '항구적인 조치'로 삼겠다면서 대남 압박의 수위를 높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022년에도 '핵무력 정책법'을 제정하고 지난해 이를 사회주의 헌법에도 반영하면서 '핵보유'가 법적으로 보장된 항구적 조치임을 강하게 주장했는데, 이번의 조치 역시 마찬가지 논리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북한의 이런 결정이 호전적인 상황을 염두에 뒀다기보다 오히려 '체제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통일은 김일성 시기부터 계속해 온 이야기로 북한 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것인데 이를 전환해 무력통일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은 체제 경쟁에서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라며 "평화 통일 담론 자체를 없애는 것은 일종의 자기 방어적 패배선언에 가까운 행동"이라고 봤다.

조평통의 폐지 등 대남기구의 정리 문제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이어 "북한이 자신들이 필요가 있으면 관계 개선을 위해 다시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15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2024.1.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이 예정된 상황에서 전략무기 로드맵을 거의 완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북한이 (대남기구 정리, 헌법 개정 등) 정치·외교적인 조치들을 통해 도발에 대한 메시지를 좀 더 증폭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총비서가 이날 회의에서 '전쟁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한 것도 자체적인 국방력 강화 행보를 위해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는 등의 행보에 명분을 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 5~7일 서해 접경지역에서 포사격 도발을 감행하고 지난 14일엔 고체연료 방식의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 고체연료 무기 다각화에 나서면서 무력도발 수위를 더욱 고도화했다.

이번 연설에서도 김 총비서는 전쟁에 대비한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며 도발적 행위를 지속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적개심을 촉진하면서 군사력 강화 및 핵전쟁 억제력 제고의 명분과 당위성을 제공했다며 "그 어떤 도발적 행위도 앞도적인 대응으로 철저히, 무자비하게 제압·분쇄할 수 있게 확신성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나가야 한다"라고 지시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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