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 앞뒀던 금융지주 회장들 '다' 떠났다

강지수 2024. 1. 1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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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오 DGB금융 회장까지…줄줄이 '용퇴'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 촉발한 측면 있지만
감독당국 입김도 커져…'개선 vs 개입' 논란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지난 2022년 말부터 임기 만료를 앞뒀던 금융지주 수장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교체 수순을 밟게 됐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면서 금융지주 CEO들의 장기 집권 또한 막이 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기만료' 줄줄이 내려온 금융지주 CEO들

금융권에 따르면 김태오 회장은 최근 3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캄보디아 상업은행 인가를 목적으로 현지 공무원에게 거액을 건네려고 한 혐의에 대한 재판 1심에서 무죄를 받으며 3연임 도전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무죄 판결 이틀 만에 용퇴를 결정했다.

김 회장은 1954년 11월생(만 69세)으로 지배구조 내부 규범 상 나이 제한 규정 만 67세에 걸려 연임이 불가능하다. 일각에선 해당 조항을 수정해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금융당국 안팎의 부정적 인식으로 연임 도전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0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 회장이 연임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바꾼다는 건, 축구 시작하고 중간에 룰을 바꾸는 것과 같다"며 "제가 아는 DGB금융지주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그간 2연임, 3연임을 하던 금융지주 수장들도 2022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줄줄이 옷을 벗었다. 재임 기간 중 최대 실적을 이끄는 등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됐던 전임 회장들도 지난 2022년 이후 한 명도 빠짐없이 교체됐다.

신한금융지주는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고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에 선임됐다. 우리금융도 지난해 2월 초 손태승 전 회장이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물러나고 후임으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추천했다.

농협금융은 지난 2022년 12월 손병환 회장의 후임으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선임했다. BNK금융은 지난 2022년 11월 김지완 회장이 조기 사임한 뒤 지난해 1월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했다. 

윤종규 KB금융 전 회장 또한 임기 중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와 리딩뱅크·금융그룹 탈환 등의 성과를 내면서 4연임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연임에 도전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신임 회장에 올랐다.

개선이냐, 개입이냐

이들 회장의 사퇴 배경엔 결국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많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부터 금융당국 수장들의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쳐 왔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3연임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고,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데 대해서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시는 것을 보니 리더로서 개인적으로 매우 존경스럽다"고 전했다. 

윤종규 전 회장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후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등 합리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라며 "(KB금융의 회장 승계 절차를)점검하면서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드린 바 있다"라고 언급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지난달 발표한 '은행 지배구조와 관련한 모범관행'에 CEO 임기 정책과 관련한 내용은 담지 않았다. 금융사 CEO 임기 및 연임 여부와 관련해서는 개입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달 12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단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영 능력과 비전이 입증된 경영진이라면 연임이 아니라 3연임이라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다"며 "거꾸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고 너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장이 막강한 권한을 가질 수 있는 구조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지배구조 모범관행에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사회 독립성 및 권한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중점적으로 담겼다.

특히 내부후보와의 평등한 경쟁을 위해 외부후보자에게 비상근 직위를 부여해 이사회와 접촉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원칙 등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단 우려다. 당국과 외부의 입김이 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지주 이사회 출신 한 관계자는 "지주 회장이 전횡을 일삼는다는 이유로 감독원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고치겠다는 의도로 만든 것이 '악법'이 될 수 있다"며 "외부에서 금융지주를 건드리는 게 문제가 되고 있는데, 거꾸로 외부 인사에 대한 문턱을 낮추면 회장 선출에 있어 정부와 감독원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강지수 (jiso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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