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먹으면 공격수는 골을 넣는다는 마음으로 뛴다” 멀티골에도 덤덤한 이강인, 이젠 진짜 국대 에이스로
“골을 먹으면, 공격수들은 (골을) 넣는다는 생각으로 뜁니다.”
위풍당당함이 느껴지는 이 말은 클린스만호의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한 것도, 부동의 원톱 조규성(미트윌란)이 한 것도 아니다. ‘골든보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하 PSG)이 중요했던 아시안컵 첫 판을 승리로 이끈 뒤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오랜기간 한국 축구의 ‘기대주’로 평가받아왔던 그는 이제 한국 축구를 이끄는 진정한 ‘에이스’로 성장했다.
이강인은 15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후반 11분과 24분 연달아 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이강인의 활약에 힘입어 바레인을 3-1로 꺾고 승점 3점을 확보, 같은날 말레이시아를 4-0으로 완파한 요르단에 골득실에서 뒤진 2위에 자리했다.
에이스는 위기에서 힘을 발하는 법이다. 이 말을 그대로 적용하면, 요르단전에서의 이강인은 확실히 에이스였다. 한국은 전반 38분 터진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으나 후반 초반 수비진이 집중력이 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후반 6분 압둘라 알하샤시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자칫하면 바레인 쪽으로 확실하게 분위기가 기울 수 있을 위기였다.
그 상황에서 이강인이 나섰다. 이강인은 한국이 실점한 뒤 불과 5분 만에 한국에 리드를 안겼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패스를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받아 공을 한 번 트래핑한 뒤 곧바로 강력한 왼발 슈팅을 날렸고, 쭉쭉 뻗어나간 공은 왼쪽 골대를 스치며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종횡무진 움직이며 바레인을 괴롭힌 이강인은 후반 24분 다시 한 번 자신의 왼발로 바레인의 전의를 꺾었다.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황인범의 전진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곧바로 왼발 슈팅을 작렬, 골대 왼쪽 하단에 그대로 꽂아 넣었다. 풀타임을 소화한 이강인은 이후 상대의 집요한 견제를 당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바레인 수비를 괴롭히며 자신의 이름 석자를 관중들에게 깊이 각인시켰다.
이날 이강인의 활약은 단순히 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이강인은 왼쪽 측면의 이재성(마인츠)와 함께 바레인의 측면을 시종일관 두들겼다.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동료 공격수 앞에 정확히 떨어지는 패스를 수차례 성공시키며 바레인을 움츠러들게 했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만 하더라도 이강인은 그저 기대주 대접을 받았다. 그러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놀라운 활약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더니,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는 중용받고 있다. 특히 바레인전을 포함해 최근 6번의 A매치에서 6골·3도움이라는 엄청난 활약으로 선보이고 있다. 최근 활약만 놓고 보면 손흥민보다도 더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이강인은 이날 경기 후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축구 통계전문매체 소파스코어는 경기 후 이강인에게 양팀 통틀어 가장 높은 9.7점을 부여했다. 이강인을 제외하면 9점대 평점을 받은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아시안컵 첫 판부터 나온 이강인의 화려한 활약에 외신도 대대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스페인 ‘아스’는 “이강인은 바레인전에서 자신이 최고의 축구 선수임을 증명했다. 지팡이를 꺼내더니 마법을 부렸다”고 칭찬했다. 특히 이강인이 골을 넣은 장면이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하면서 “그는 PSG의 새로운 메시”라고까지 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도 “이제 한국에서도 이강인처럼 손흥민 외 세계적인 선수들을 볼 수 있다. 손흥민이 경기력을 회복하면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만들 수 있는 역동적인 콤비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PSG는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 파리지앵이 두 골을 넣었어요!”라며 반색했다. 국대 에이스라는 지위를, 이제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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