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의 카타르시스] '벌써 2골' 이강인 미친 활약, 2011년부터 뛴 손흥민도 '4골' 뿐이다

박대성 기자 2024. 1. 1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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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인(가운데)가 아시안컵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보였다. 아시아 주요 언론과 다른 매체들에게서도 대서 특필됐다.
▲ 이강인이 후반 11분 바레인 틈이 열리자 환상적인 슈팅으로 골키퍼 방어막을 뚫어냈다. 바레인 골키퍼는 몸을 날려 이강인 슈팅을 막으려고 했지만, 골문 밖에서 안쪽으로 휘어지는 볼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 한국 대표팀의 현재와 미래다. 이강인(왼쪽)이 손흥민(오른쪽)도 하지 못했던 아시안컵 데뷔전 조별리그 멀티골로 존재감을 뽐냈다

[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22세 330일 이강인이 멀티골을 터트렸다. 2015년 아시안컵 8강에서 손흥민(22세 198일) 이후 처음으로 아시안컵 멀티골을 기록한 23세 이하 대한민국 선수."

이강인(22, 파리 생제르맹)이 아시안컵 데뷔전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였다. 자칫 코너에 몰려 꼬일 수도 있었던 클린스만호에 시원한 연속골로 승리의 파랑새가 됐다.

한국은 15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바레인을 만났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역대 전적, 객관적인 전력에서 모두 앞섰지만, 늘 아시안컵에선 변수가 존재했기에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상 회복에 있는 황희찬(울버햄튼), 김진수(전북현대)를 제외한 최정예 멤버로 바레인전을 꾸렸다. 토트넘에서 뛰며 프리미어리그 톱 클래스 공격수로 활약하는 ‘캡틴’ 손흥민, 올해 여름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한 이강인, 바이에른 뮌헨 소속 김민재로 코어 라인을 꾸려 바레인을 상대했다.

바레인엔 체코 리그에서 뛰고 있는 압둘라 유수프만 유일한 유럽파였기에 전력상 한국의 절대적 우세였다. 한국은 잔뜩 웅크린 바레인을 전방 압박과 높은 볼 점유율로 주도했고, 바레인은 간헐적인 카운터 어택으로 득점을 노렸다.

▲ 한국은 15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바레인을 만나 예상 외로 꽤 접전을 벌였다
▲ 한국은 15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바레인을 만나 예상 외로 꽤 접전을 벌였다

한국에 몸이 덜 풀린 탓인지 생각처럼 매끄러운 경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옆 나라 라이벌 일본도 베트남에 충격적인 2실점을 했단 걸 짚어보면, 전반 중반 황인범 왼발 끝에서 터진 짜릿한 선제골은 30분 넘게 답답했던 한국 공격에 시원한 단비였다.

하지만 바레인도 마냥 움츠리진 않았다. 후반전 휘슬이 울리자 공격 템포를 올렸고 날카로운 역습으로 한국을 꽤 당황하게 만들었다. 한국 포백 라인이 우왕좌왕한 틈을 타 밀어 넣은 동점골은 한국에 “설마...”라는 긴장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분위기 반등이 필요했던 순간, ‘골든 보이’의 한 방이 골망을 뒤흔들었다. 전반전 답답했던 공격 패턴에도 오른쪽에서 스루 패스와 크로스를 공급했던 이강인이 후반 11분 바레인 틈이 열리자 환상적인 슈팅으로 골키퍼 방어막을 뚫어냈다. 바레인 골키퍼는 몸을 날려 이강인 슈팅을 막으려고 했지만, 골문 밖에서 안쪽으로 휘어지는 볼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이강인 발끝은 한 골에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중거리 슈팅이 아닌 반 박자 빠른 슈팅으로 바레인 골망을 흔들었다. 바레인 수비들이 박스 안에 둘러싸도 바디 페인팅으로 제쳐냈고, 기가 막히게 슈팅 길을 찾아 마무리했다. 흡사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와 같은 아름다운 득점이었다.

▲ 이강인(가운데)는 아시안컵 데뷔전에서 엄청난 경기력을 뽐내며 코너에 몰릴 뻔 했던 한국의 구세주가 됐다
▲ 손흥민은 23세이던 2015년 아시안컵 8강전에서야 커리어 첫 아시안컵 멀티골을 기록했다

놀랍게도 2024년 카타르에서 열리는 대회는 이강인의 아시안컵 데뷔전이다. 발렌시아, 마요르카, 파리 생제르맹에서 유럽5대리그를 경험하고 있지만, 64년 만에 우승을 목표로 했기에 부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강인 몸 놀림에서 긴장을 찾아볼 순 없었고, 아시안컵 첫 경기 데뷔전부터 톱 클래스 잠재력을 마음껏 뿜어냈다.

아시안컵 데뷔전 맹활약에 유럽 매체들까지 환호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강인은 두 번의 치명적인 슈팅으로 카타르에 모인 한국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박스 밖에서 날린 멋진 슈팅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파 포스트에서 골키퍼까지 제친 뒤 또 한 번 날카로운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었다”고 조명했다.

스페인 매체 '아스'는 "아시아 축구의 새로운 왕이 탄생하려고 한다. 이미 파리 생제르맹의 새로운 리오넬 메시로 활약하고 있다. 바레인전에서 지팡이를 꺼내 마법을 부렸다. 이강인이 아시안컵에서 건드린 모든 건 금빛으로 물들었다"라고 극찬했다.

어쩌면 손흥민도 못 했던 일을 할 수도 있다. 손흥민은 2011년 아시안컵에서 19세 나이로 아시안컵에 합류해 교체로 출전하며 형들의 활약을 지켜봤다. 레버쿠젠 시절 23세에 호주 아시안컵에 출전해 준우승을 경험했고 이후 한국 대표팀 핵심이자 정신적인 지주로 뛰고 있다.

총 4번의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 단계에 멀티골을 경험한 적은 없다. 손흥민이 아시안컵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건 2015년 호주 대회 8강 우즈베키스탄전. 축구통계업체 ‘옵타’도 "22세 330일 이강인이 2015년 아시안컵 8강전에서 22세 198일이었던 손흥민 이후 처음으로 아시안컵에서 멀티골을 터트린 23세 이하 대한민국 선수"라며 손흥민과 이강인의 발자취를 비교했다.

팀 3-1 승리를 책임졌고, 결승골에 멀티골이었다. 취할법 했지만 22세 이강인은 더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 경기 후 “아시안컵에 나온 팀 중 쉬운 팀은 없다. 항상 말하지만 내 득점보단 팀 승리가 중요하다. (손)흥민이 형 말고도 모든 선수와 잘 호흡해 더 많은 골과 승리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도 한 팀이 돼 최선을 다하겠다.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조별리그 1차전 활약에 만족하지 않았다.

▲ 이강인은 바레인전이 끝난 이후 "내 멀티골보다 팀 승리가 중요하다"라며 개인 스탯에 크게 개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대한축구협회
▲ 이강인이 바레인전에서 득점 이후 덤덤한 표정으로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손흥민, 역대 아시안컵 기록(2011~2024) : 이강인, 아시안컵 데뷔전 멀티골(2024~)

2011년 1월 10일 바레인전 18분 출전, 한국 4-1 승

2011년 1월 18일 인도전 45분 출전(1도움), 한국 4-1 승

2011년 1월 25일 일본전 38분 출전, 한국 승부차기 패배

2011년 1월 28일 우즈베키스탄전 30분 출전, 한국 3-2 승

2015년 1월 10일 오만전 90분 풀타임, 한국 1-0 승

2015년 1월 17일 호주전 41분 출전, 한국 1-0 승

2015년 1월 22일 우즈베키스탄전 120분 풀타임(2골), 한국 2-0 승

2015년 1월 26일 이라크전 90분 풀타임, 한국 2-0 승

2015년 1월 31일 호주전 120분 풀타임(1골), 한국 1-2 패

2019년 1월 16일 중국전 89분 출전(2도움), 한국 2-0 승

2019년 1월 22일 바레인전 120분 풀타임, 한국 2-1 승

2019년 1월 25일 카타르전 90분 풀타임, 한국 0-1 패

2024년 1월 15일 바레인전 90분 풀타임, 한국 3-1 승

*손흥민 아시안컵 13경기 4골 2도움

*이강인 아시안컵 1경기 2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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