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조규성이 즐겨 하는 얼음물 입수...건강에도 좋을까?
지난 12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축구선수 조규성의 덴마크 일상이 담겼다. 조규성은 지난해 7월 덴마크 리그 FC 미트윌란으로 이적, 리드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덴마크 생활 만족도 100%"라고 밝히며 매주 1~2번 한겨울 호수 수영을 즐긴다고 밝혔다. 조규성은 냉탕 입수가 "면역력 강화와 근육 회복에 좋다"라고 소개하며 거침없이 얼음이 가득한 호수에 입수했다. 조규성이 즐겨 하는 얼음물 입수는 정말 건강에 좋을까?
극저온 치료법, 운동선수들이 빠른 회복을 위해 애용
추위는 추위로 다스린다는 말이 있다. 보기만 해도 온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얼음물에 들어가는 것은 추위를 이기기 위함도 있지만 때로는 종교적 의미를 담기도 한다. 러시아의 경우 세례를 받은 날인 공현절을 기념해 매년 1월 20일 꽁꽁 언 강에 구멍을 내고 들어가기도 하고 몸을 담그는 얼음 목욕 의식을 치른다. 네덜란드,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1월 1일 새해를 활기차게 시작하자는 의미로 얼음 호수나 바다에서 수영하는 행사가 열린다. 최근에는 운동선수들이 빠른 근육 회복과 건강을 위해 얼음물 목욕을 즐기면서 극저온 치료법(Cryotherapy)이 떠오르고 있다.
극저온 치료법은 격렬한 신체활동을 한 후 질소를 최대 영하 198도까지 냉각시킬 수 있는 통에 들어가 2~3분 정도 몸을 회복시키는 요법을 말한다. 축구선수 황희찬뿐 아니라 에단 음바페(Ethan Mbappé Lottin), 네이마르 주니오르(Neymar Júnior), 엘링 홀란드(Erling Haaland) 등도 극저온 치료법을 애용한다.
이 요법은 '얼음물 목욕'에서 발전한 것으로 2,500년 전 이집트에서 시작됐다. 이집트인들이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낮은 온도를 사용한 것이 오늘날 얼음물 목욕부터 전신 냉동 챔버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저온요법으로 발전했다. 특히 영국의 여성 마라토너 폴라 래드클리프(Paula Jane Radcliffe)가 달리기를 한 후 얼음물에 몸을 담가 피로를 해소한다고 자신의 비법을 밝힌 이후부터 많은 운동선수들이 운동이 끝난 후 '얼음물 목욕'을 하다가 아예 기계를 사들여 집에서 극저온 치료를 하게 됐다.
지연성 근육통 완화에 도움
저온 치료 또는 극저온 치료는 운동선수들이 근육통 치료 요법으로 주로 활용한다. 격렬한 운동 이후 달궈진 근육과 늘어난 인대를 회복하는 데는 온찜질보다 냉찜질이 더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국제 학술지 '스포츠의학(Sports Medicine)'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면 섭씨 10.6~15도의 물에 11~15분 동안 몸을 담그는 것이 근육통 진정 효과가 가장 높다. 찬물에 몸을 담그면 인체 조직의 미세한 외상으로 인한 통증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이 외에도 운동을 격렬하게 한 뒤 찬물로 샤워하면 몸 상태가 더 빨리 회복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강도 운동이나 훈련을 하면 근육 섬유가 잘게 찢어질 수 있는데, 이런 미세한 파열이 조직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지연성 근육통의 원인이 된다. 운동 후 얼음찜질이나 찬물 샤워를 하면 이 근육통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체지방 연소와 당뇨병 예방에도 탁월
얼음물 목욕은 체지방 연소와 당뇨병과 같은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얼음물 목욕을 하게 되면 인체는 저온 상태를 원래 체온으로 올려놓기 위해 지방을 더 연소한다. 실제로 2022년 노르웨이 UiT 북극대(UiT The Arctic University of Norway)와 북노르웨이대학병원(University Hospital of North Norway) 연구팀은 104건의 연구를 조사해 얼음물이나 냉수 목욕이 우리 몸에 '좋은 체지방'의 일종인 갈색 지방을 자극해 열량을 더 소모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갈색 지방은 '나쁜 체지방'의 일종인 백색 지방과 달리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칼로리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또 물 또는 공기를 통해 냉기에 노출되면 지방 조직에 의한 아디포넥틴의 생성을 증가시킨다. 아디포넥틴은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 및 기타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얼음물 목욕은 인슐린 민감도를 크게 증가시키고 인슐린 농도를 감소하여 당뇨병과 같은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연구팀은 얼음물에 몸을 담그는 것에 대한 건강상 위험에 대한 교육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체온증, 추위로 인한 충격과 관련해 심장과 폐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심혈관 질환·우울증 예방에 도움...부정맥·고혈압·이상지질혈증 있으면 주의해야
나아가 얼음물 목욕처럼 저온 치료법이나 극저온 요법은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신체가 초저온 상태를 접하게 되면 자율 신경계는 이를 통증과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저온 상태를 원래 체온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한다. 이에 심장은 더 많은 혈액을 보내게 된다. 저온 상태에 노출된 혈관은 수축되면서 정상보다 혈액 순환이 느려지는데, 이때 피로 물질인 젖산을 가져와 분해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또 극저온 상태에서 수축했던 혈관은 상온에서 다시 팽창하게 되고 이때 혈액순환이 촉진되면서 신진대사가 빨라져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부정맥이나 고혈압 환자들에게는 심장마비가 올 정도로 부담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상지질혈증이나 동맥경화증을 앓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관상동맥 내벽엔 LDL 콜레스테롤 등의 지질이 침착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혈관 속 지질, 석회질 등은 동맥경화반이라고 해서 얇은 막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낮은 기온이나 스트레스 등에 노출되면 갑자기 혈관이 수축하면서 터질 수 있다. 이러면 지질 등이 혈액의 혈소판과 만나 혈전을 형성하고 이게 혈관을 막으면 심근에 영양소, 산소 등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괴사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편, 얼음물 목욕은 감정적인 안정감을 주는 데도 효과가 있는데, 혈중 글루타티온의 농도를 높이고 요산의 수치를 낮춰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상황에서도 뇌가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영국 의학저널 사례 보고(BMJ Case Reports)에 따르면 찬물 수영을 꾸준히 한 여성이 항우울제 복용을 끊고 우울증을 극복했다며, 찬물 수영이 우울증 완화에 효과적인 해결책 중 한 가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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