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미치광이 전략’… 한미 선거 등 국제질서 재편 속 존재감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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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헌법 개정을 예고하며 "유사시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경제난에 따른 내부 불안을 달래고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이중의 노림수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지난해 핵무력 법제화에 이어 헌법에 점령·평정·수복이란 단어를 쓰는 것은 영토 공격을 가시화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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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쟁 등 국제혼란 틈타
미 vs 중러 대립전선 활용 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헌법 개정을 예고하며 “유사시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경제난에 따른 내부 불안을 달래고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이중의 노림수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핵 개발과 전쟁 위협을 통해 한국을 예속화하려는 ‘미치광이 전략’의 연장선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헌법 개정을 지시하며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NLL)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다”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영공·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만약 적들이 전쟁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공화국은 핵무기가 포함되는 자기 수중의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하여 우리의 원쑤들을 단호히 징벌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지난해 핵무력 법제화에 이어 헌법에 점령·평정·수복이란 단어를 쓰는 것은 영토 공격을 가시화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 원장은 “북한은 4월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도”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월쯤 방북하면 불안이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분위기에서 북한이 미국과 러시아 간 대립 전선을 이용하면서 국제 제재해제를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북한이 한국을 무력으로 흡수 통일할 수 있는 기반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실장은 “미국 대선 후 새 행정부와 합의를 통해 핵 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으며 제재를 해제하고, 결국 한국을 흡수 통일하려는 의도”라며 “다음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 반영되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헌법 개정뿐 아니라 남북 간 교류·협력의 산물과 평화의 상징도 폐지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경의선의 우리 측 구간을 회복불가한 수준으로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놓는 것을 비롯하여 접경 지역의 모든 북남 연계조건들을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조치들을 엄격히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평양의 남쪽에 있는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철거도 지시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 문제를 미·북 간 문제로 완전히 귀속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사회주의헌법은 1972년 제정된 뒤 총 10차례의 수정·보충을 겪어 왔다. 최근인 지난해 10차 수정·보충에서는 핵무력 정책이 처음으로 법제화됐다.
■ 용어설명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 = 협상 상대에게 자신이 비이성적 존재임을 인식시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국제정치학 용어. 미국 닉슨 행정부가 핵전쟁 공포를 유도해 베트남전 종전 협상을 이끌어 내는 데 사용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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