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경선 르포] 영하 20℃ 한파 녹인 민주주의 현장…"시민 권리이자 의무"
"트럼프, 우크라전 끝낼 것"·"헤일리는 초당적"·"디샌티스, 문화 지킬 전사"
(디모인[美 아이오와주]=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나는 미국인이고, 나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시민의 의무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1라운드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 대회)가 열린 15일(현지시간) 저녁 아이오와주의 주도 디모인에 있는 한 교회에서 열린 코커스 현장(디모인 12·13구)에서 만난 공화당원들은 "이 열악한 날씨에 당신을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은 무엇이냐"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영하 20℃까지 수은주가 내려갔지만 이들은 코커스 개시 한참 전부터 코커스 장소에 속속 모여들었다.
우편이나 온라인 투표가 없는 코커스는 코커스 장소에 정해진 시간에 모여 후보 대리인의 연설을 듣고 투표를 하는 등의 다소 번거로운 절차를 거친다.
가족과 함께 오붓한 만찬을 즐길 오후 7시(코커스 개시 시간)에 눈 쌓인 도로를 운전해서 행사에 참여하기가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날씨가 문제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입장 시한인 오후 7시부터 약 20분간 참가자 확인을 거친 뒤 사회자가 개회를 선언했다.
복음주의 기독교인이 많은 아이오와주의 특성을 말해주듯 진행자는 "하나님, 코커스를 축복해 주십시오"라는 기도로 행사를 시작했다.
국기에 대한 의식에 이어 후보별 찬조 연설이 시작됐다.
론 디샌티스 후보 지지 연설자는 "디샌티스는 미국을 싫어하는 사람들로부터 우리의 문화를 지킬 전사"라며 "그는 감세, 대중국 정책 등에서 자기 정책을 끝까지 실행했다"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후보 지지 연설자는 "헤일리는 정부 부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지도자"라며 "그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것도 초당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일은 가장 어려운 일"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기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의 찬조 연설자는 "그는 최고경영자(CEO)로서 자신의 플랫폼을 스스로 만든 사람"이라며 "CEO 출신으로서 그는 불필요한 조직을 없애고, 정부 부채를 줄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찬조 연설자는 "그는 (대통령 재직때) 역대 가장 강력한 경제를 만들고 에너지 독립을 이뤘으며, 기독교인들을 박해로부터 보호했고, 약속을 지켰다"고 언급한 뒤 "우리는 지금 여기서부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참가자들 사이에선 곧바로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투표와 개표 및 결과 발표까지 모든 과정은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사회자가 발표한 결과에서 디모인 12구는 헤일리가 64표로 트럼프(48표)와 디샌티스(24표)에 앞섰고, 디모인 13구는 트럼프가 42표로 헤일리(41표)와 디샌티스(31표)에 다소 앞섰다.
모든 행사는 1시간 30분 가까이 지난 오후 8시 27분께 끝났다.
약 250명의 시민이 참가한 민주주의의 축제를 본 듯 했다.
코커스에 앞서 현장에서 만난 4명의 공화당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2명, 헤일리 지지 2명으로 팽팽히 갈렸다.
트럼프에 투표하기 위해 왔다고 밝힌 62세 남성 제프 씨는 왜 트럼프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원들이 그를 위협하기 때문"이라며 "그는 나의 후보다. 위대한 일을 했고, 그가 추진하는 정책을 계속 보고 싶다. 그는 약속을 지킨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의 에너지 자립 정책과 세금 정책, 외교정책을 선호한다"며 "바이든은 전쟁광이고 헤일리도 그렇다"며 "나는 세계 평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64세 남성 존 씨는 "나는 트럼프가 정말로 세계화주의자와 딥스테이트(정부내 숨은 권력자 집단)를 저지할 유일한 사람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운수 회사에 다닌다고 밝힌 44세 여성 제이미 씨는 헤일리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그녀의 경험을 높이 산다. (유엔 주재 대사를 역임한) 그녀는 미국 밖에서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 기술 분야에서 일한다고 27세 남성 매트로펏 씨는 "헤일리는 능력이 있고, 분열적이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온건한 정책을 편다"며 지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정책 면에서 "헤일리의 중국에 대한 강경 정책을 지지한다"고 했고, '트럼프도 반중국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는 앞으로 4년 밖에 시간이 없어 중간에 의회 상황에 따라 레임덕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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