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ADC <항체약물접합체> 시장성 확신”
화이자 씨젠 빅딜에 영감 받아
신사업 헬스케어분야 투자 병행
“지난해 화이자가 430억달러(56조원)에 씨젠을 인수하는 등 ADC 항암 치료제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 인수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허인철(사진) 오리온 부회장은 지난 15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허 부회장은 지난해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규모 인수합병(M&A) 거래로 기록된 화이자(Pfizer)의 씨젠(Seagen) 인수에 주목하며 ADC 모달리티의 시장성과 성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날 오리온은 홍콩 소재 투자지주회사 ‘PAN 오리온’을 통해 레고켐바이오 최대주주로 올라선다고 공시했다. 총 5485억원을 투입해 25.7% 지분을 취득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레고켐바이오 창업자인 김용주 대표와 박세진 부사장이 보유 중인 구주 일부와 신주를 함께 인수한다.
레고켐바이오의 최근 1개월 평균 종가(5만5703원)와 비교하면 구주 매입가는 시가 수준에서 결정됐으며 신주 인수가는 시가 대비 5% 할증됐다.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 지분 인수 이후에도 기존 경영진과 운영시스템을 유지하는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은 배제한 모습이다.
허 부회장은 “레고켐바이오는 기술수출 실적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라며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알테오젠 인수를 추진하다가 좌초된 이후 지난해 연말 자문사 등 소개로 레고켐바이오와 협상을 시작했고 1개월도 안돼 딜을 마무리 했다”라고 설명했다.
레고켐바이오는 그동안 해외 빅파마와 바이오텍을 대상으로 총 10건의 기술수출 실적을 올렸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에는 얀센(Janssen Biotech)에 표적 항암 ADC 치료제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총 거래 금액은 약 17억달러(2조2458억원)로 책정됐으며 선급금(upfront)으로만 1억달러(1304억원)를 수령하며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 받았다.
허 부회장은 “이번에 인수금융 없이 보유 자금만으로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하며 이후에도 현금 여력은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룹의 지주회사인 오리온홀딩스의 작년 9월 말 연결기준 보유 현금성자산은 1조1667억원을 기록 중이다. 레고켐바이오 지분 취득이 완료된 이후에도 6000억원가량 현금 유동성이 예상된다.
허 부회장은 2021년을 기점으로 오리온그룹에서 헬스케어 사업 개척을 주도하고 있다. 초기에는 M&A를 통한 기술 내재화보단 ‘기술 플랫폼’의 비즈니스를 구상했다. 1990년대부터 중국 시장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국내 기술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역할을 기대했다.
2021년 오리온홀딩스가 중국 국영 제약사 산둥루캉의약과 합작사 ‘산둥루캉바이오기술개발’을 세운 게 시작이다. 현재 양사는 동등 비율로 합작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리온홀딩스의 누적 출자금액은 182억원이다. 첫 번째 투자처는 기술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체외진단 분야를 낙점했다. 신약 개발과 비교해 임상과 인허가 등 투자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조기 성과가 가능한 영역이다.
중국 내 합작법인은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조기진단 기술을 60억원에 도입했으며 오리온홀딩스 단독으로 지노믹트리에 5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이어 산둥루캉바이오기술개발은 중국 시장에서 의료 수요가 높은 결핵백신 개발을 위해 큐라티스와도 손잡았다. 오리온홀딩스는 자체적으로 큐라티스에 5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허 부회장은 신사업으로 뛰어든 헬스케어 분야에서 매출과 수익성을 보여주기 위한 투자도 병행했다. 하이센스바이오와 합작사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상아질을 재생시켜 치주질환을 치료하는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치료제 개발 이전에 치약으로 개발해 조기 상업화도 기대하고 있다.
오리온홀딩스는 오리온바이오로직스에 최대 99억원까지 출자할 계획이며 현재까지 45억원을 투자했다. 하이센스바이오에도 별도로 20억원어치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올해 상반기 레고켐바이오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오리온그룹이 바이오·헬스케어 영역에 투자한 자금은 총 5832억원으로 예상된다.
허 부회장은 “오리온은 당장 추가 M&A를 검토하고 있진 않지만 시장 상황에 관계 없이 ‘좋은 회사는 인수한다’는 의지가 강하다”라고 말했다. 심아란 기자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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