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반란 이야기, 비극적 카타르시스 줄 거라 확신”

이정우 기자 2024. 1. 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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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서울의 봄’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
“히틀러 그린 ‘발키리’ 서 영감
2016년 시나리오 초고 만들며
캐릭터 연출 대가 김성수 섭외
영화 무조건 된다 생각했지만
젊은세대 폭발적 분노 놀라워
이념 갈릴 사건이라 생각안해
대본 거친 대기 작품만 50편”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는 12일 인터뷰에서 “남에게 손해 끼치는 걸 정말 싫어한다”며 “그게 제작자로서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실패한 역사 얘긴데 왜 하느냐’, ‘여성 하나 없이 군인들만 나오는 영화가 되겠느냐’고 했어요. 그렇지만 엄청난 비극적 카타르시스를 줄 거라 믿었고, 해피엔딩보다 파괴력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은 개봉 전만 해도 흥행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너무 진지하고, 건조할 것 같은 인상에 실제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하는 터라 논란에 휘말릴 위험도 있었다. 무엇보다 영화가 개봉한 지난해 11월 극장가는 황폐했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 1300만 명 돌파를 바라보며 초대박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서울의 봄’을 제작한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는 “거창한 의무감으로 시작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멋진 작품이 나오겠다는 기대는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12·12 군사반란’을 아이템으로 직접 선정하고, 홍인표 작가와 2016∼2017년 시나리오 초고를 함께 만들었으며 김성수 감독 섭외까지 10년간 이 영화를 뚝심 있게 끌어왔다. ‘서울의 봄’을 ‘제작자 김원국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그를 12일 서울 종로구 사옥에서 만났다.

영화 ‘서울의 봄’의 한 장면.

―천만 영화가 될 줄 예상했나.

“영화 나오기 전부터 이 영화 무조건 된다고 얘기했다. 영화만 좋으면 관객들이 극장에 나와줄 거란 확신이 있었다. 다만 특정 수치를 기대했던 건 아니다.”

―비평과 흥행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비결이 뭘까.

“영화를 만들 때 ‘이럼 사람들이 많이 보겠지’, ‘영화제에 출품해야지’ 같은 생각을 하진 않는다. 그럴 겨를이 없다. 멋진 작품이 나오겠다 정도의 기대를 갖고 만든다. 물론 잘 만든다는 전제로.”

―젊은층의 반응이 열광적이었다.

“신기한 게 두 관점으로 영화를 보더라. 이 사건을 아는 관객들은 착잡하고 슬픈 감정을 느낀다. 반대로 몰랐다면 이게 말이 되냐고 반신반의하다가 찾아보고, 화를 낸다. 실제 역사가 재조명될 줄 알았지만, 심박수 챌린지 같은 건 예상하지 못했다. 젊은 세대에서 분노란 감정이 폭발적으로 나온 게 놀라웠다.”

―고사한 김성수 감독을 직접 설득했다고 들었다.

“왜 김성수여야 했나가 아니라 김성수 말고는 적임자가 없었다. 영화에 수많은 군인들이 나오기 때문에 캐릭터 연출을 잘해야 했는데, 김 감독은 캐릭터 구축에 탁월하다. 또 남성적인 영화를 워낙 잘 만든다. 그리고 내가 그의 팬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가장 큰 공은 감독 김성수다.”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에 이어 전두환 정권 시절 언론 회유를 다룬 ‘K-공작계획’을 준비 중이라 들었다. ‘5공 유니버스’ 같기도 한데, 근현대사 배경 영화를 자주 만드는 이유는.

“사명감이나 의무감으로 시작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순신 3부작’처럼 미리 목표를 세우는 것도 아니다.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다 보니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에서 소재를 찾는다. 하나를 파고들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건이 발굴된다.”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근현대사를 보면 현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인다. ‘12·12 군사반란’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영화화가 되지 않았었다.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고민하다 ‘작전명 발키리’(히틀러 암살 시도를 그린 영화)를 보고 뭔가가 떠올랐다.”

―근현대사 사건을 다루는 영화는 정치 이념에 따라 갈라질 여지가 크다. 부담감은 없었나.

“제작자로서 이날 이 사건이 좌우 이념에 갈릴 사건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군사반란이라고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나. 역사적으로 대부분 판정이 끝난 사람들이다. 다른 욕망을 가진 군인들이 충돌하는 이야기이고, ‘막을 수 있었는데 못 막았구나’를 말하는 영화이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이 영화까지 논쟁적 소재를 자처하면서 효과적으로 피해 나간다는 인상도 준다.

“논쟁을 자처한 적 없다. 만드는 동안 최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보편적 시각에서 객관화하려고 노력했다.”

―실존 인물의 실명을 쓰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대통령이셨던 분은 써도 되더라. 그런데 나머지는 쓰지 못하기도 하고 해서 대세 의견에 따랐다.”

―신군부 사진을 오버랩시키며 ‘박제’시키는 영화의 엔딩이 강렬하다.

“시나리오 초고 단계부터 변함없이 안 바뀐 부분이 딱 두 가지다. ‘서울의 봄’이란 제목, 그리고 그들의 사진에 경력을 못 박아 보여주는 것.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로 모두가 맥을 추지 못하던 2020년 ‘남산의 부장들’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연달아 흥행시키며 저력을 보였다. ‘서울의 봄’으로 천만 영화 제작자로 등극했고 올해도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다룬 ‘하얼빈’ 등 기대작이 대기 중이다. 대본 작업을 거치며 어느 정도 구체화한 작품만 총 50편(영화 22편, 시리즈 28편). 이중 육영수 여사의 시해 사건의 범인인 문세광을 다룬 ‘암살자들’은 또 하나의 근현대사 기반 작품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다. 창립작품이었던 ‘내부자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로 준비 중이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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