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지망생이 일으킨 가업? 캐나다구스가 명품이 되기까지 [브랜더쿠]
‘브랜더쿠’는 한 가지 분야에 몰입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덕후’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신이 가장 깊게 빠진 영역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신과 비슷한 덕후들을 모으고, 돈 이상의 가치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
단순히 브랜드가 오래됐다고 해서, 혹은 광고 홍보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브랜드 가치가 생기지는 않는다. 럭셔리 브랜드는 고객이 브랜드를 인식하는 틀 자체를 직접 만들어 내, 그것을 대중이 열망하도록 각인시킨다. 아예 없던 틀을 새로 만들기도, 혹은 기존의 틀을 부수기도 하면서 말이다. 어떤 고민과 과정을 통해 브랜드 기반을 만들어냈는지 브랜드 사례를 소개한다.
패딩에 나라 이름을 붙인 이유, 캐나다구스
캐나다구스는 '가장 캐나다 다운' 럭셔리로 알려져 있는 브랜드다. 대니 레이스(Dani Reiss)는 '캐나다구스'라는 브랜드를 구축하고, 적은 자본으로 평범한 패딩 브랜드를 럭셔리 패딩의 대명사로 끌어올린 3세대 경영인이다.
대니는 본래 가업을 이을 생각이 없었다. 영문학을 전공해 단편소설 작가를 꿈꾸는 청년이었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유럽과 아시아를 여행하다 만난 사람들에게서 공통된 니즈를 발견한다. 바로 추위를 막을 수만 있다면 패딩 아우터에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것. 사람들은 비싸더라도 최고의 소재로 제작된 매우 따뜻한 아우터를 원했다. 이에 그는 가업이었던 패딩 공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발견한다.
대니는 2001년에 대표가 됨과 동시에 '스노우구스'였던 브랜드명을 '캐나다구스'로 변경하고 지역 럭셔리로 브랜드를 방향을 선회했다. 가장 추운 나라에서 만든 가장 따뜻한 패딩이라면, 고객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었다. 당시 많은 기업이 매출 원가가 저렴한 곳을 찾아 캐나다를 떠나고 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Made in Canada'를 고집하며 품질과 가격을 올렸다. '스위스에는 명품 시계, 대표 브랜드 롤렉스가 있다면, 캐나다에는 명품 패딩, 캐나다구스가 있다'는 보편적인 인식을 만들고자 했다.
캐나다구스의 비전은 좋았지만, 당시 화려하고 공격적인 광고 캠페인을 펼칠 여력이 되지 않았다. 이에 대니는 일종의 '입소문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대니는 기온이 영하 이하인 외딴 지역에서 촬영하는 TV 및 영화 제작진에게 패딩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한,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의 방송에서 캐나다구스를 입은 모습이 노출될 수 있도록 극지 탐험가에게도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캐나다구스는 추운 날씨에서 일하는 이들의 비공식적인 유니폼이 됐고,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환경에서 살거나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옷'이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각인시켜 지금까지 럭셔리 패딩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전 세계 어디서나 돈 많은 '힙스터'가 즐기는 샴페인, 아르망 드 브리냑
아르망 드 브리냑의 샴페인은 1763년 프랑스 카티에 가문이 운영하는 포도원에서 장인들의 수작업으로만 만들어지며, 1년에 4000병 소량생산된다. 미국의 힙합 아티스트 제이지는 2014년 아르망 드 브리냑을 매입했다. 원래도 인기가 있었지만, 제이지의 매입 이후 아르망 드 브리냑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샴페인은 축배를 드는 술이다. 샴페인의 맛 때문에 즐기는 이들도 있지만, 축하할 일이 있거나 기분을 업시키기 위해 먹는 경우가 많다. 제이지와 브랜드 시작부터 함께 했던 현 CEO 세바스티앙 베송(Sebastien Besson)이 생각하는 아르망 드 브리냑과 럭셔리에 대한 관점을 보면 어떻게 이 브랜드가 고급 샴페인 이상의 명성을 떨치게 됐는지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비자의 즐거운 경험’이다. 샴페인은 축하의 음료다. 아르망디 브리냑은 다른 브랜드가 무엇을 하는지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최고의 샴페인으로 세계 최고의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궁극적으로 그들을 축하하는 데만 관심을 가진다.
요즘 전 세계를 여행하는 이가 많아졌고 국경의 경계가 흐려졌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파리와 상하이, 각각의 마켓 소비자가 같은 사람일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브랜드 스토리는 동일하게 유지해야 한다. 요즘 소비자는 서로 다른 시장 간의 (브랜드 명성) 차이를 용서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최고지만 프랑스에서는 아닌 경우를 뜻하는 듯하다) 브랜드 명성과 메시지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아르망 드 브리냑이 런던 클럽, 이탈리아에서 열린 딸의 결혼식, 또는 고위층 고객의 선물 등으로 선택되는 의사결정에는 똑같은 이유가 내포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의 결과로 아르망 드 브리냑은 전 세계 어디서나 값비싼 축하를 하고 싶은 자리라면 꼭 등장하는 샴페인으로 명성을 떨치게 됐다.
2021년, 세계 최대 럭셔리 회사인 LVMH 그룹의 자회사인 모엣&헤네시는 아르망 드 브리냑의 지분 50%를 사들이며, '아르망 드 브리냑은 샴페인의 전통을 지키는 동시에, 기존 명품 브랜드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는 브랜드'라며 소식을 알렸다. 샴페인의 퀄리티뿐아니라 브랜드 가치 덕에 지분을 매입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끊임없는 화제성이 곧 브랜드 가치다, 루이 비통
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회장의 별명은 캐시미어를 두른 늑대이다. 한번 가지고자 마음먹고 문 럭셔리 브랜드는 절대로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크리스찬 디올의 모회사였던 부삭 그룹(Boussac Saint-Freres)을 인수하면서 럭셔리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이후 그는 1987년 샴페인과 꼬냑 브랜드인 모엣 샹동, 헤네시와 루이비통을 합병한 LVMH 그룹을 탄생시켰고, 매출과 이익 역시 급성장했다.
“중요한 건 평단의 호평받느냐 혹평받느냐가 아니다. 잡지나 신문의 제1면에 나오느냐 마느냐다.”
그는 사석에서 크리스찬 디올의 말을 자주 인용했다. 그가 브랜드 평판과 가치를 화제성과 결부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루이 비통의 사례에서 이는 더욱 드러난다.
아르노는 기자들을 루이 비통의 공방에 초대해 루이비통의 시그니처인 트렁크의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기사를 쓰게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기사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뭔가 부족했다. 좀 더 많이 자주 미디어에 드러내고 싶었다.
그런 아르노의 눈에 들어온 건 매 시즌 열리는 패션위크였다. 1990년대만 해도 루이 비통에는 기성복 즉, 여성복 라인이 없었다. 아르노 회장은 회사 직원들에게 트렌디하고 화끈한 디자이너를 찾아보라고 지시했고, 그렇게 영입하게 된 인물이 마크 제이콥스다. 이후 1997년 마크 제이콥스와 선보인 루이 비통의 첫 ‘프레타 포르테’ 라인은 대성공을 거두며 루이 비통은 다시 미디어에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화제성으로 브랜드 가치를 만드는 루이 비통의 행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남성복 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힙합 아티스트인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하며, 패션계를 뒤집어놓았다. 퍼렐은 '밀리어네어 스피디'(Millionair Speedy)라는 100만달러(한화 약 13억원)짜리 핸드백을 내놓으며 다시 한 번 루이 비통을 신문와 잡지 지상에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럭셔리가 브랜드 가치를 공고히 할 수 있었던 것은 과감히 틀을 깨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가재는 성장할 때 스스로 딱딱한 껍질을 벗어내야 한다. 껍질을 깨고 나오면 말랑했던 속살이 다시 뼈처럼 딱딱해지면서 어른 가재로 성장한다.
제품(Product)과 가격(Price)에 대한 굳어진 생각은 브랜드를 기존 틀 속에 가둔다. 물론 겁이 나지만, 그 틀을 깬다고 존재가 사라지 않는다. 속살은 다시 뼈처럼 단단해질 수 있다. 계속해서 딱딱한 껍질을 깨고 틀에서 벗어나다 보면, 고집과 지켜야 할 것의 차이를 깨달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공고해지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박소현 저자
정리=지희수 기자 heesu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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