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라지는 혜자카드…카드사도 고객도 '울상'
카드사, 연체율 증가 등 실적 부진에 보수적 대응
"알짜카드 단종 추세 당분간 이어질 것"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고금리 속 조달비용 부담이 커진 카드사들이 일명 '혜자카드'로 불리는 알짜카드를 단종시키고 있다. 지난해 카드사들이 발급을 중단한 카드 수는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업황 악화에 실적 부진까지 이어지자 카드사는 소비자 혜택 축소를 통한 자산 건전성 강화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3일 '에너지플러스 에디션2'의 신규·갱신·교체·추가발급을 종료했다. 이 카드는 주유 할인 신용카드로 전월 실적에 따라 15% 청구할인, 최대 4만 원을 할인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혜자카드'로 불렸다.
공과금 할인카드도 단종되는 추세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12월 '1Q 데일리플러스 카드'의 신규발급을 중단했다. 아파트 관리비와 4대 보험료 자동이체액 10만원 당 5000원의 '하나머니'를 제공하는 알짜카드였다.
신한카드 역시 '더모아카드'의 비용 감당이 어려워지자 약관 변경을 추진 중이다. KB국민카드도 공과금, 통신, 주유, 카페 등 일상 전반을 커버하는 생활비 할인카드 '탄탄대로 올쇼핑 티타늄카드'를 단종시켰다.
카드사들의 업황 악화가 지속되자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신용카드 247종, 체크카드 34종 등 총 281종의 카드가 발급이 중단됐다. 이는 2022년 전체 단종 수인 116종(신용 79·체크 37)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이같은 카드 단종 분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BC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에서 단종된 신용·체크카드는 △2017년 93개 △2018년 100개 △2019년과 2020년 각각 202개로 급격히 늘었고, 2021년에도 192개가 단종됐다.
'혜자카드'의 단종 추세에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일부 카드사는 혜자카드의 신규·교체·갱신·추가 발급 중단을 사전공지 없이 당일 갑작스럽게 안내해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비자들은 "모든 카드들이 좋다 싶으면 사라진다", "그동안 (해당 카드를) 열심히 썼는데 배신감이 든다", "카드를 오래 쓰고 싶어도 자꾸 없어지니 오래 쓸 수가 없다" 등의 아쉬움과 불만을 토로하는 댓글을 남겼다.
카드사 일각에서는 출시된 지 오래된 데다 새로운 상품에서도 유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카드를 단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업계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비용이 큰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며 "다만, 빠르게 변하는 시장 트렌드와 고객 니즈를 반영한 혜택의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오래된 상품을 단종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카드사들은 연체율 증가 등 실적 부진으로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올해 경영 키워드를 '생존'으로 잡았다. 실적 방어를 위해 안정적인 자금 조달, 대손비용·리스크 관리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금리 기조로 여신전문회사채(여전채) 금리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3.961%였던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해 10월 4.938%까지 올랐다. 연체율 역시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8개 카드사의 연체율은 1.6%로 2022년 3분기 대비 0.62%포인트 증가했다.
업황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신한·국민·우리·하나·삼성·롯데·현대·BC카드 등 8개 전업카드사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감소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조달 비용이 크고 대출 잔액이 계속 증가하는 등 올해도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단종되는 카드는 증가하는 추세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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